동시조 269

어린이 놀이터에서/ 김 재 황

어린이 놀이터에서 김 재 황 아직은 꽃샘추위 가지 않은 이 봄인데 조급한 아이들이 바람 안는 그네뛰기 늘어진 개나리 가지 노란 웃음 붙는다. 커다란 버즘나무 조금 뒤로 물러서고 하늘이 뚫어져라, 공을 차는 저 아이들 환하게 열린 앞이마 얼룩 땀도 구른다. 몸보다 마음 먼저 미끄럼틀 오르는데 정글짐 그 아래로 짧은 낮이 내려오고 아이들 떠드는 소리 멍멍 개도 짖는다. (2004년)

동시조 2022.09.19

집 없는 비둘기/ 김 재 황

집 없는 비둘기 김 재 황 간밤에 함박눈이 살금살금 내렸어도 웅크린 가슴들은 놀라 깨어 깃을 털고 쫓기는 네 발자국엔 발가락이 모자란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는 검은 숨결 갈 길은 이리저리 빛을 찾아 뚫렸는데 어째서 자리 박차고 높이 날지 못하느냐. 비릿한 강바람이 마음을 쓸고 간 뒤 앉았던 빈 가지에 꿈 한 자락 걸었건만 머물 곳 없는 목숨이 하늘빛에 떨고 있다. (2004년)

동시조 2022.09.19

그분의 개구리/ 김 재 황

그분의 개구리 김 재 황 알에서 깨어나면 저 하늘과 닿은 물속 꼬리로 춤을 추고 아가미로 숨을 쉬니 따뜻한 사랑이구나, 올챙이가 노는 모습. 뒷다리 자란 다음, 그 앞다리 돋아나며 기다란 꼬리 또한 할 일 없어 줄어드니 크나큰 뜻이로구나, 개구리로 되는 모습. 물 밖을 살펴보면 하얀 달빛 내린 풀밭 허파마저 생겨나고 물갈퀴도 얻었으니 높다란 기쁨이구나, 뭍과 물에 사는 모습. (2004년)

동시조 2022.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