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어름치/ 김 재 황 사라져 가는 어름치 김 재 황 물무늬 어른어른 지닌 마음 무겁단다, 맑은 물에 춤을 얹고 살아가는 민물고기 이제는 거슬러 올라 꼭꼭 숨어 있단다. 몸맵시 가꿨어도 새끼 사랑 뜨겁단다, 돌무더기 쌓아 놓고 알을 낳는 민물고기 오늘은 산골짜기에 겨우 터를 잡았단다. (2004년) 동시조 2022.09.15
구월에/ 김 재 황 구월에 김 재 황 나무가 가을 길을 들어서고 있습니다, 조그만 바람에도 으슬으슬 잎은 춥고 가지에 걸린 달마저 찬 물소리 흘립니다. (2004년) 동시조 2022.09.15
바닷가 아이/ 김 재 황 바닷가 아이 김 재 황 두 눈을 가렸다가 풀어놓아 주는 물살 반들반들 조약돌은 즐겁다고 방글방글 아이는 옆에 앉아서 그 둥근 꿈 그린다. (2004년) 동시조 2022.09.15
새싹 돋다/ 김 재 황 새싹 돋다 김 재 황 어두운 땅속에서 어찌 알고 찔렀는지 엉덩이에 침을 맞자 놀란 추위 도망치고 뾰족이 머리 내민 채, 아기 싹이 웃는다. (2004년) 동시조 2022.09.15
꾸꾸꾸 그 소리/ 김 재 황 꾸꾸꾸 그 소리 김 재 황 모처럼 거닐다가 쉼터에 앉았는데 멀리 있던 비둘기가 내 앞으로 날아와서 꾸꾸꾸 소리를 낸다, 배고프단 뜻이지. 간절한 눈빛이라 빈손은 안 될 노릇 튀김과자 하나 사서 뚝뚝 끊어 던져 주니 꾸꾸꾸 고맙다는 듯, 꾸벅대며 먹는다. (2009년) 동시조 2022.09.15
우표에 담긴 소리/ 김 재 황 우표에 담긴 소리 김 재 황 저 우표 한 장에는 저런 소리 들어 있네, 걷는 소리 뛰는 소리 자전거를 타는 소리 집배원 더운 숨결을 등에 가득 지고 있네. 이 우표 한 장에는 이런 소리 들어 있네, 바람 소리 기차 소리 갈매기가 우는 소리 우편선 힘찬 고동도 가슴 가득 안고 있네. (2009년) 동시조 2022.09.15
그 도시락/ 김 재 황 그 도시락 김 재 황 초등학교 다닐 적에 허리춤엔 그 도시락 마음이 바쁠수록 그저 마냥 묵직했지 십 리도 훨씬 더 되는 등굣길이 정다웠지. 점심시간 될 때까지 침묵 속엔 그 도시락 배고픈 느낌 전에 내 손 자꾸 이끌었지 반찬은 별것 아닌데 절로 침이 넘어갔지. 젓가락만 담겨 있는 하굣길엔 그 도시락 내 걸음이 빠른 만큼 더 큰 소리 들려왔지 우리 집 저만치 뵈면 숨이 턱에 차올랐지. (2009년) 동시조 2022.09.15
매미가 나오는 여름 노래/ 김 재 황 매미가 나오는 여름 노래 김 재 황 (1) 숲길을 걸어가면 맴맴맴맴 매미 소리 한여름 무더위도 귀를 막고 맴을 도니 그게 또 재미있는지 더욱 맵게 맴맴맴. (2) 후두두 소나기에 나무들은 ‘만세!’하고 매미들 노래 소린 젖을까 봐 단박에 뚝- 한 줄기 내릴 뿐인데 위로 휘는 무지개. (2011년) 동시조 2022.09.15
딱따구리 그 소리/ 김 재 황 딱따구리 그 소리 김 재 황 어디서 들리는지 닫힌 하늘 닦는 소리 오랜만에 안아 보는 나무 기둥 쪼는 소리 똑똑똑 조심스럽게 아침 주인 찾고 있다. 기지개 켜는 숲을 곱고 맑게 울린 소리 어슴푸레 솟은 산을 깊고 멀게 흔든 소리 똑똑똑 여민 부리로 세상 문을 두드린다. (2011년) 동시조 2022.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