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조 269

호박줄기/ 김 재 황

호박 줄기 김 재 황 담 위로 기어오른 힘이 좋은 호박 줄기 산바람 휘어잡아 꽹과리를 치고 있다, 한바탕 더위를 쫓아 더운 꽃을 들고 있다. 땅 위를 걸어가는 보기 좋은 호박 줄기 강바람 모여들게 돗자리를 펴고 있다, 옛 얘기 담아서 꾸릴 넓은 잎을 펴고 있다. 지붕 위에 올라앉은 마음 편한 호박 줄기 신바람 데려다가 가마솥을 걸고 있다, 누구든 입맛에 맞게 익은 열매 달고 있다. (2004년)

동시조 2022.09.18

백목련 피고 지던 날에/ 김 재 황

백목련 피고 지던 날에 김 재 황 찾아온 봄바람이 빈 가지를 흔들 때면 내 마음에 다시 뜨는 꽃길 떠난 누나 얼굴 감춰도 번져 나오던 그 눈물을 봅니다. 한밤에 밖에 나와 등불 나무 곁에 서면 그 가슴에 가득 안은 내 눈 시린 누나 봄꿈 상그레 하얀 웃음이 달빛 물고 핍니다. 추위는 아직 남아 휘파람을 날리지만 가다 서서 돌아보는 눈에 선한 누나 모습 말없이 슬픈 꽃잎은 손 흔들며 집니다. (2004년)

동시조 2022.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