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인

참새 소리 김 재 황 더위를 참지 못해 열어 놓은 창문 앞에 노니는 참새 소리, 마냥 물빛 푸르구나, 깃털 옷 벗지 않고도 물놀이를 여는구나. (2004년)

꾀꼬리 울음소리 김 재 황 뒷동산 솔숲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 한여름 더위보다 더욱 더운 울음소리 아직도 고갯마루를 못 떠나고 있구나. 거뭇한 숲길처럼 멀어지는 그 목소리 빛나는 몸빛보다 더욱 노란 울음소리 어쩌면 꿈동산에서 만날 수도 있겠네. (2004년)

버들붕어처럼 김 재 황 어딘지 깊은 들녘 오랜 물길 따라가서 알몸으로 냇물 따라 물장구를 치고 싶다. 조그만 버들붕어로 오락가락 놀고 싶다. 어딘지 깊은 산골 앳된 바람 데려다가 맨몸으로 강에 들어 물안개를 안고 싶다, 즐겁게 버들붕어로 꿈속에서 살고 싶다. (2004년)

겨울에 오는 손님 김 재 황 겨울이 돌아오면 북쪽에서 오는 철새 나직한 늪에 내려 그 기다란 목을 빼고 산보다 더 높은 춤을 너울너울 춘대요. 겨울이 되었는데 어렵사리 보는 철새 가난한 그 목숨이 몇 마리나 살았을지 힘들게 이 땅에 와도 쉴 자리가 없대요. (2004년)

우리 황쏘가리 김 재 황 우리나라 한강에는 황쏘가리 살고 있네, 쏘가리와 똑같지만, 황금빛인 황쏘가리 큰 입에 턱을 내밀고 잘난 듯이 산다네. 우리나라 한강에는 황쏘가리 아직 있네, 쏘가리와 닮았으나, 특산종인 황쏘가리 큰 눈을 검게 꾸미며 한껏 멋을 낸다네. (2004년)

나무늘보야, 너는 김 재 황 너무나 느리구나, 한 손 한 발 놀리는 게 물에서 헤엄칠 땐 애가 타서 발만 동동 그래도 푸른 빛 털로 몸 숨길 줄 아는구나. 너무나 굼뜨구나, 한 손 한 발 옮기는 게 나무를 올라갈 땐 답답해서 가슴 칠 듯 그래도 긴 발톱 큰 힘 믿고 살 줄 아는구나. (2004년)

한여름의 어둠 속에 김 재 황 한여름의 어둠 속에 빛을 심는 반딧불이 물 맑았던 예전에는 아주 많이 살았대요, 실개천 굽은 길 따라 반짝이며 살았대요. 오늘날엔 어둠 속에 숨어 버린 반딧불이 개울물이 맑아져야 다시 만날 수 있대요, 마을도 더욱 치워야 눌러앉을 수 있대요. (2004년)

넙치와 가자미 김 재 황 이들의 생김새는 거울 앞에 마주 선 듯 한쪽은 어둡지만 다른 쪽은 환하구나, 옆으로 눕는 버릇도 기막히게 똑같구나. 이 둘의 눈은 모두 어두운 곳 박혔지만 왼쪽과 오른쪽에 서로 달리 쏠렸구나, 무엇이 그리 미운지 눈 흘기며 사는구나. (2004년)

노린재 한 마리 김 재 황 세상을 사노라면 바람 앞에 촛불 같아 숨다가 날았다가 가슴 죄는 저 노린재 오로지 나쁜 냄새로 그 목숨을 지키네. (2004년)

소금쟁이 김 재 황 놀랍게 저 녀석이 물 위에서 걷고 있네, 길고 가는 그 다리로 성큼성큼 가고 있네, 믿으면 이뤄진다고 고갯짓도 하고 있네. (20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