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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에게 보내는 노래/ 김 재 황

[용담이 피우는 꽃] 편 화가에게 보내는 노래 김 재 황 보아도 그냥 보지 않는 사람 숨었는데느낌이 온갖 빛깔 어디서든 얻어 오고바탕에 바꿔 앉히니 모든 이가 좋았지. 꽃들이 마주 웃고 나비들은 춤을 엮고바위가 말을 하고 물은 흘러 노래하니누구든 이 고운 세상 만나기를 바란다. 얼마나 지닌 마음 태양처럼 밝은 건가,빛나는 베레모를 그 머리에 씌워 주자신나게 길을 걸어서 우리 꿈을 그리게.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7.19

청보리밭에 오는 봄/ 김 재 황

[용담이 피우는 꽃] 편 청보리밭에 오는 봄 김 재 황 일찍이 오려니까 입에 가득 하품 물고바람이 몸 부르면 볼 스치는 까끄라기두 손을 높이 들고서 봄소식이 달린다. 하늘을 막 흔들며 노래하는 저 종달새보리잎 즐거운 듯 물결치는 들판 너머한 폭씩 펼치며 오는 아지랑이 춤춘다. 배고픈 옛 시절이 이마 위로 아른아른밭이랑 더 길수록 손이 바쁜 하루라도다 함께 보리피리나 불며 놀면 좋겠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7.18

쪽잠/ 김 재 황

[용담이 피우는 꽃] 편 쪽잠 김 재 황 오로지 편히 자야 몸 건강에 좋다는데놀라게 돌림병에 걸린 사람 더욱 늘고게다가 막판 유세니 무슨 잠을 자겠나. 짧은 틈 어디 있나 점심이나 지나야지나른한 잠깐 사이 앉아서나 잠이 들까,조는 걸 들키고 나면 부끄러울 뿐이다. 눈뜨면 아침일 때 좋은 꿈도 있었는데요즘은 어쩌다가 누가 꿔도 천한 개꿈모두가 실컷 잠드는 그런 세상 언젤까.

오늘의 시조 2025.07.17

나에게는 연꽃뿐/ 김 재 황

[용담이 피우는 꽃] 편 나에게는 연꽃뿐 김 재 황 하얀 꽃 돋아나서 맑은 마음 내보이니검은 흙 디뎠어도 지니는 삶 깨끗하다,그 무엇 닮을 것인지 연꽃밖에 없을걸. 붉은 꽃 다듬어서 더운 불꽃 치켜드니파란 잎 둥글어도 간직한 꿈 뜨겁구나,그 무엇 따를 것인지 연꽃밖에 없다네. 달 없는 한밤중에 꽃송이를 어찌 찾나,손 놓고 앉았어도 고운 향기 날아온다,어느 꽃 마주 섰는지 나에게는 연꽃뿐.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7.16

타이 국립공원/ 김 재 황

[용담이 피우는 꽃] 편 타이 국립공원 김 재 황 머나먼 아프리카 숨겨 놓은 열대 우림서울과 비교하면 다섯 배나 되는 넓이헤치며 대숲 지나자 흘러가서 이만 년. 컴컴한 어디선가 새들 소리 놀라는 듯조심히 발 옮기면 씨앗들도 날개 달고갑자기 굵은 빗줄기 낯선 이를 꺼리나. 늘어진 나뭇가지 잡고 사는 저 침팬지오늘은 어디에서 넓은 돌로 견과 깰까,병 없이 씩씩한 삶을 이어가길 바라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7.15

시조, 그 불멸을 위하여/ 김 재 황

[용담이 피우는 꽃] 편 시조, 그 불멸을 위하여 김 재 황 우리가 부른 노래 그 생김이 어떠한가,세 장에 여섯 구로 아름다운 물결이지이것들 지닌 목숨이 활짝 피는 꽃이네. 처음이 있고 보면 마지막이 왜 없을까,결 고운 유곡절해 이어 짓고 흘러가도언젠가 바뀌게 되니 죽음 그게 옳다네. 살고 간 소리걸음 헤쳤다가 또 모이듯새롭게 소리바탕 힘찬 가락 이룰 테니이 어찌 불멸이라고 아니할 수 있을까.

오늘의 시조 2025.07.13

침묵/ 김 재 황

[용담이 피우는 꽃] 편 침묵 김 재 황 무겁게 닫는 입을 금이라고 왜 높였나,먹는 일 그거 하나 매달려야 옳겠느냐힘으로 이리 막으면 너무한 짓 된단다. 물으면 답을 해야 마땅한 일 아니겠나,꿀 먹고 눈 굴리면 답답하지 않겠느냐.하늘을 보고 살아야 떳떳한 길 걷는다. 말이란 많이 해도 듣는 일이 괴롭지만해야 할 말조차도 안 한다면 좋겠느냐, 알맞게 말하는 사람 만나는 것 꿈꾼다.

오늘의 시조 2025.07.12

묵시/ 김 재 황

[용담이 피우는 꽃] 편 묵시 김 재 황 한 그루 푸른 나무 서 있으면 든든한데더울 때 내린 그늘 들어서면 시원한 것믿음이 그처럼 큰 게 우연일 수 있을까. 겨울에 눈보라가 긴 칼 들고 달려들 때겁먹고 그 한 걸음 물러선 것 보았는가,그분이 높이 계신 줄 이미 알기 때문에. 듣는 말 없었기에 더욱 귀가 얇아 오고긴 손짓 거뒀기에 뜨는 눈이 참 밝은데누구를 똑 닮았는지 나도 그만 입 닫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7.11

나그네/ 김 재 황

[용담이 피우는 꽃] 편 나그네 김 재 황 어제는 구름 따라 강을 보러 떠났는데거기서 푸른 세월 흐르는 것 서러웠네,물처럼 달리는 걸음 잡을 수가 없었지. 오늘은 바람 따라 산을 보러 왔다지만여기서 굳은 침묵 무거운 것 마주하네,숲처럼 감추는 말씀 들을 수가 없구나. 내일은 마음 따라 꿈을 보러 가겠으나길에서 좋은 사람 만나는 것 바란다네,달처럼 반기는 얼굴 찾을 수는 없을까.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