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한마디에/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그 말 한마디에 김 재 황 “오늘은 무얼 먹지?” 만났을 때 묻게 되면“아무 데나 가면 되지.” 나는 곧잘 대답하니이 말에 이 아무개는 그런다고 야단이다. 그건 네가 모르는 말, 이런 일도 있었나니“어딜 가지?” 그 묻음에 “아무거나!” 답했더니앞서서 임 아무개는 어딘지 날 데려갔다. 이런 데가 있었다니! 생소하다 ‘태국 식당’들여오는 하나하나 빛깔 좋고 향기 좋고이렇듯 그 말 덕분에 맛 큰 호사 누렸느니.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9.24
숲길을 거닐며/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숲길을 거닐며 김 재 황 하루에 세 번씩은 다녀와야 가벼운데조금은 땀이 나게 땅을 힘껏 내디디면숲에선 직박구리가 놀란 음성 굴린다. 바람도 안 부는데 나뭇잎은 떨어지고이따금 놀란 듯이 날개 치는 곤줄박이눈감은 개암나무가 깊은 숨결 날린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9.23
등나무 그늘에 앉아서/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등나무 그늘에 앉아서 김 재 황 눈을 감고 있노라면 세거리가 나타나고그 옆길로 들어서면 우리 마을 80번지대문 앞 우물가에는 보랏빛 꿈 피었다네. 이웃들만 겨우 알던 장미꽃 댁 첫째아들덩굴줄기 오르면서 어린 꿈을 키웠는데집 마당 한가운데로 둥근 향기 고였다네. 문화주택 꽉 들어찬 동네 골목 넓게 쓸면남의 일도 내 일처럼 서로 밝게 등을 켜고은은히 귓전 적시던 은광교회 그 종소리. (2015년) 오늘의 시조 2024.09.22
비둘기를 보며/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비둘기를 보며 김 재 황 거슬러 조금 가도 저 먼 하늘 날아가서새로 핀 마음 글을 힘껏 전한 너였는데이제는 할 일을 잃고 공원 안을 도는구나. 일백 살 먹은 분도 걸을 힘만 지녔다면보란 듯 뜻과 일을 맘껏 하는 세상이라이제야 빛나는 꿈을 내 가슴에 품어 본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9.21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김 재 황 따뜻한 커피 한 잔 고즈넉이 손에 들면철없이 어린 일이 두 날개를 활짝 펴고풀린 듯 쌉싸래하게 검은 밤이 밀려든다. 흰 달빛 길게 닿고 오직 잠만 쓸리는데날리는 커피 향에 젊은 꿈도 다시 와서가슴 속 묻은 기름기 말끔하게 닦아낸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9.20
까치 소리로 배우다/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까치 소리로 배우다 김 재 황 열린 새해 그 아침에 흰 눈길을 따르는데느티나무 가지 위에 웬 까치가 자리 잡고나한테 ‘꺾어라, 꺾어!’ 타이르듯 말하네. 떠난 여름 그 까치는 마냥 마음 넉넉해서빈 전봇대 꼭대기에 바람 새는 집을 짓고나더러 ‘깎아라! 깎아!’ 나무라듯 외쳤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9.19
밥을 앞에 놓고/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밥을 앞에 놓고 김 재 황 너만 보면 고마워서 고개 깊이 숙이나니그 베풂에 견주자면 모든 것이 하찮을 뿐내 몸도 내 몸 아님을 사람인데 모를까. 너에게서 힘을 얻고 그 힘으로 살아가니밥알 하나 눈물 씹듯 입에 넣을 일이거늘아가야 흘리지 마라, 하느님이 벌주신다. (2011년) 오늘의 시조 2024.09.18
우리 집/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우리 집 김 재 황 때로는 휘었다가 때론 아주 부풉니다,둥글둥글 그 얼굴에 네 식구가 매달린 채언제나 흘러갑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뒤꼍엔 계수나무 한 그루가 덩그렇고절구질을 또 합니다, 옥빛 토끼 두 마리도밤마다 높이 뜨지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2010년) 오늘의 시조 2024.09.17
서울 회현동 은행나무/ 김 재 황 [천연기념물 나무 탐방] 편 서울 회현동 은행나무 -서울보호수 서2-5 김 재 황 남산을 곁에 두고 버티어 온 그 긴 세월조선조 먼 이야기도 가슴 속에 둘렀겠다,나라의 힘찬 기운이 네 주위를 감싸느니. 몇 발짝 더 걸으면 그 이름난 시장 장터사람 사는 냄새까지 물씬 풍긴 지역인데,서울의 더운 정으로 그 잎들이 물들었다. (2013년 11월 8일) 카테고리 없음 2024.09.16
서산 읍내 왕버들/ 김 재 황 [천연기념물 나무 탐방] 편 서산 읍내 왕버들 -서산시보호수 14-380 김 재 황 그리 몸을 기울이고 무슨 말을 엿듣는가,잎사귀만 활짝 열면 절로 들릴 그 물소리세월은 입을 다물고 쉼도 없이 흐른다. 목마름을 풀고 나면 절로 춤이 나오는가,소나기를 맞을 때면 활짝 펼칠 그 무지개품속에 세상을 안고 꿈길 홀로 걷는다. (2013년 9월 13일) 오늘의 시조 2024.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