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조 30편) 11. 행보 행 보 김 재 황 언제든지 내 앞길은 눈이 하얗게 내린 길 발걸음 내딛으면 ‘뽀드득’ 소리가 난다 새롭게 하루를 걸으며 찍어놓은 내 인발! 바라보고 가는 길이 꽤 길고 험하다 해도 땅바닥 힘껏 딛고 앞으로 나가야 할 것 내 길의 외로운 발자국 선명히 남겨야 할 것. 혹시 누가 내 뒷길을 이담에 살필.. 시조 2009.07.04
내가 좋아하는 시조- 딸과 아빠 딸과 아빠 김 재 황 동무들과 놀고 있던 다섯 살의 어린 딸이 날 보자 달려와서 내 손을 꼬옥 잡으며 “얘들아, 우리 아빠다!” 자랑스레 말했다네. 세상에 내세울 건 하나 없는 나였지만 딸에겐 이 아빠가 으뜸으로 멋졌을까 아주 먼 일이긴 해도 어제인 듯 파랗다네. 지금도 그때 그 일을 가슴 속에 안.. 시조 2008.12.12
(자선시조 30편) 28. 묵혀 놓은 가을엽서 묵혀 놓은 가을엽서 김 재 황 하늘이 높아지니 물소리는 낮습니다. 지난 길이 멀어지면 귀도 멀게 된다지만 이 밤도 지친 발걸음 젖어 닿는 그대 기척. 붉게 타다 떨어지는, 꼭 단풍잎 아픔만큼 결코 떨어 낼 수 없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직껏 띄우지 못한 빛이 바랜 나의 소식. 고요를 깬 바람이 울고.. 시조 2008.11.25
(자선시조 30편) 24. 히말라야를 오르며 히말라야를 오르며 김 재 황 너무나 숨차구나 홀로 오르는 발걸음 지나온 산길 위로 젖은 바람 깔리는데 그 높은 나의 봉우리 번쩍인다 빙설이---. 아무도 밟지 않은 순수의 자리를 골라 말없이 삶을 새긴 어느 설인의 발자국 아직껏 굽은 능선에 빈 고요로 남아 있다. 볼수록 아름다워라 멀리 펼친 산.. 시조 2008.11.21
6월에 덕수궁에서 만난 꽃 덧니 고운 접시꽃 김 재 황 반가움이 방글거리며 서 있다 긴 속눈썹을 귀엽게 깜박거리며 보일락말락 볼우물도 짓는다 얼마나 기다려 온 만남이란 말인가 내 발걸음이 닿기도 전에 마당까지 버선발로 나와 맞으니 그토록 무더운 여름이라 해도 내 마음 푸르게 마냥 둥싯거린다 꽃배라도 한 척 띄웠으.. 내 사랑, 서울 2008.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