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시 30편) 12. 라이따이한

시조시인 2008. 10. 6. 05:47

                라이따이한




                                                       김 재 황


 

  눈 감으면 더욱 멀기만 한

  아버지의 나라

  빛바랜 사진 속 아버지의 얼굴 그리며

  한 장의 편지를 쓴다.

  아직도 알아내지 못한 아버지의 주소

  그 아득한 공간,

  등에 꽂히는 눈총을 털어내고

  밤마다 은하수를 건너서

  한 장의 젖은 편지를 쓴다.

  이제도 아물지 못한 이별의 상처와

  먼 세월에도 잊지 못하는 슬픈 기억은

  홀로 늙고 있는 어머니의 몫

  너는 낯익은 얼굴로 우리를 바라본다.

  전쟁의 포성이 멎어 가던

  어느 날, 훌쩍 떠나 버리고서

  감감 무소식인 아버지

  그 때 갓난아기가 이제 어른이 되었는데

  그래도 보고 싶은 얼굴

  가 보고 싶은 아버지의 나라,

  낮이면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 했던

  수많은 나날들, 그 어둠을 토닥거려

  우리는 어떤 성좌를 내보여 줘야 하나.

  숨겨도 자꾸 끌리는 핏줄

  결코 외면하지 못할 아버지 가슴 더듬어

  한 장의 얼룩진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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