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시 30편) 14. 혈서

시조시인 2008. 10. 8. 01:24

                      혈 서




                                                김 재 황


 

  세상을 더듬던 손가락 끝

  가장 가려운 살점 베어낸 자리에서

  전신의 아픔보다 더한 꽃이 핀다.

  그늘진 쪽에 서서

  몇 줌 스며든 햇빛에 눈멀지 않고

  오직 순수하게 펼친 무명 위에

  뜨거운 마음을 적는

  아, 속으로 불붙는 나무의 모습

  찬바람에 붉은 꽃이 진다.

  빛나던 잎에 하나 둘 피가 맺히고

  결국은 방울방울 흘리는 의식으로

  분명한 외침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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