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김 재 황
네 걸음은 구름처럼 가벼웠다.
길이 멀고 험할수록
너는 나보다 한 발짝 앞에서
이 땅의 시린 가슴 조심스레 두드려 가며
산을 만나면 산을 넘고
강과 마주치면 강을 건넜다.
그래도 내 젊음이란 천방지축이어서
내민 네 손길 뿌리치고
저만치 홀로 달려가 보기도 했었지만,
결국 작은 바람에도 흔들렸고
생각보다 빠르게 천파만파 세월은
주름진 늙음 속으로 나를 몰아갔다.
이제 내 발걸음 무거우니 어쩌겠는가.
손을 내밀면 닿을 자리에
늘 너는 있었는데, 그 믿음이 꼭 있었는데
미처 앞선 중심에 눈뜨지 못했으니.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선시 30편) 24. 소나기 목욕 (0) | 2008.10.19 |
---|---|
(자선시 30편) 23. 함께 거니는 이 (0) | 2008.10.18 |
(자선시 30편) 21. 노고지리 (0) | 2008.10.15 |
(자선시 30편) 20. 못생긴 모과 (0) | 2008.10.14 |
(자선시 30편) 19. 물빛 눈으로 (0) | 2008.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