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시 30편) 22. 지팡이

시조시인 2008. 10. 17. 06:45

                       지팡이

 




                                      김 재 황


 

 네 걸음은 구름처럼 가벼웠다.

 길이 멀고 험할수록

 너는 나보다 한 발짝 앞에서

 이 땅의 시린 가슴 조심스레 두드려 가며

 산을 만나면 산을 넘고

 강과 마주치면 강을 건넜다.

 그래도 내 젊음이란 천방지축이어서

 내민 네 손길 뿌리치고

 저만치 홀로 달려가 보기도 했었지만,

 결국 작은 바람에도 흔들렸고

 생각보다 빠르게 천파만파 세월은

 주름진 늙음 속으로 나를 몰아갔다.

 이제 내 발걸음 무거우니 어쩌겠는가.

 손을 내밀면 닿을 자리에

 늘 너는 있었는데, 그 믿음이 꼭 있었는데

 미처 앞선 중심에 눈뜨지 못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