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

동화 '걸어 다니는 굴뚝'

시조시인 2011. 3. 23. 20:45

걸어 다니는 굴뚝

 

김 재 황

 

한참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였어요. 밖에서 애앵 이용이용 애애애앵구급차 소리가 요란했어요. 눈을 번쩍 떠 보니 먼동이 트기도 전인 이른 아침이었지요. 아버지께서 밖에 나가셨다가 들어오셔서 이웃집 아저씨가 병원에 실려 갔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머니는 쉰 살이 채 안된 분인데, 참 안 됐다.’라고 하시며 혀를 차셨어요. 이웃집 아저씨는 폐에 몹쓸 병이 들어서 쓰러지셨대요. 아주 골초였다는군요. ‘골초, ‘담배를 심하게 피우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라고 해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내가 식탁 앞에 둘러앉아서 아침밥을 먹을 때였어요. 나는 어머니에게 슬쩍 여쭈어 보았어요.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신 적 없으시지요?”

어머니는 아버지를 힐끔 보시며 말씀하셨어요.

그렇기야 하시겠니?, 아버지도 대학 다니실 때부터 회사에 다니실 때까지 7년 동안이나 담배를 피우셨단다.’

그러자, 아버지는 뒤통수를 긁으시며 멋쩍어하셨어요. 그 모습을 보시고, 어머니는 그러나 아버지는 용감하게 담배를 뚝 끊으셨단다. 우리가 결혼하던 바로 그해 11일부터였지.’라고, ‘에 힘을 주어 말씀하셨어요. 그러고 보면 벌써 12년이나 지난 일이군요.

나는 밥을 먹고 나서 학교로 향했어요. , 나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3학년이지요. 학교로 가는 길에 버스 정거장이 있어요. 그런데 그 정거장 앞의 길거리는 늘 지저분했어요. 무엇 때문이겠어요? 거기에 널려 있는 건, 거의 모두가 담배꽁초들이었지요. 그 바로 앞에 전철역 입구가 있거든요. 그래서 전철을 타려는 사람들이나 전철을 타고 온 사람들이 그 곳에서 담배를 많이 피워요. 청소하시는 아저씨가 청소를 하시고 지나가시자마자 금방 또 담배꽁초가 널려 있게 되어요. 왜 그렇게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마구 버리는지 모르겠어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걸어 다니는 굴뚝과 같아요. 연신 코에서 연기가 나오니까요.

그날, 학교에서는 건강한 생활에 대한 공부를 했어요. 선생님께서는 담배의 해로움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셨어요. 선생님은 담배 피우기가 버릇으로 되면 온갖 병이 몰려들게 된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하루에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한해에 한 컵 정도의 타르를 자기 몸의 폐에 들어붓는 것과 같다.’라고도 말씀하셨어요. ‘타르, 나무나 석탄 또는 석유 등을 태웠을 때에 생기는 까맣고 찐득찐득한 것을 가리킨대요. 예전에는 담뱃진이라고 불렀대요. 길 위에 까맣게 까는 재료도 바로 이 것이라는군요. 그런데 타르속에는 아주 많은 독성물질이 들어 있대요. 그 물질들이 온갖 병을 일으키게 된다고 해요. ,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 까닭은 그 속에 니코틴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라고도 말씀하셨어요. ‘니코틴, ‘적은 양이면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지만 많은 양이면 목숨을 잃게 된대요. 게다가 이 성분이 마약과 같은 중독성을 나타낸대요. 담배 한 개비에는 어림잡아서 0.5밀리그램의 니코틴이 들어 있는데 60밀리그램의 니코틴을 한꺼번에 먹게 되면 사람이 죽게 된다고 해요. 어디 그뿐인가요? 담배에는 무려 4700여 가지의 해로운 성분이 들어 있대요. 너무나 끔찍한 일이지요. 소름이 막 끼치네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이제야 담배가 얼마나 무서운 독을 지니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어요.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었어요. 할머니를 따라서 시골의 큰아버지 댁에서 몇 달 동안 살았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사촌 형이 집 잃은 때까치 새끼 한 마리를 주워 왔어요. 나는 그 때까치 새끼를 열심히 길렀지요. 그 녀석은 아주 먹성이 좋았어요. 나만 보면 먹이를 달라고 입을 쩍쩍 벌렸어요. 내가 메뚜기나 잠자리 등을 잡아다가 그 입에 넣어 주면 아주 잘 먹었어요. 나는 그게 재미있어서 하루 종일 들판을 싸다녔어요. 그런데 하루는 큰일이 벌어지고 말았어요. 그 때까치 새끼가 그 동네 사는 형을 보고 그 입을 벌렸어요. 아주 크게 벌렸지요. 그 형은 짓궂었어요. 글쎄 피우고 난 담배꽁초를 그 입에 쏙 넣어 버렸어요. 미련한 때까치 새끼는 그 담배꽁초를 먹이인인 줄 알고 그냥 꿀꺽 삼켜 버렸지요. 나는 발을 동동 굴렀어요. 어찌 해야 좋을지 몰랐어요. 그리고 조금 지나자, 그 때까치 새끼는 눈이 무거워지며 스르르 힘이 빠지더니 숨을 멈추고 말았어요.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지요. 나는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좋이 한나절을 발버둥이치며 울었어요.

학교 공부를 모두 마치고, 학교 친구인 은호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어요. 꾀죄죄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길에서 담배꽁초를 줍고 있었어요. 나는 유심히 보았지요. 처음에 나는, 그 사람이 길거리 청소를 하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그 사람은 길모퉁이로 가서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더니 주워 온 꽁초를 풀어서 담배를 말아 피우지 뭐예요. 나는 무척이나 놀랐어요. 사람이 저리 추하게 될 수도 있다니 말예요.

내가 놀라는 모습을 보고, ‘우리 삼촌은 담배 때문에 우리 할아버지께 큰 꾸지람을 들었다.’라고 은호가 말했어요. 내가 ?’하고 물으니까, 은호는 담배를 피우다가 할아버지가 오시니까 얼른 꽁초를 주머니에 넣었는데, 그 불이 꺼지지를 않아서 옷을 태워 먹었거든.’이라고 말하며 크게 웃었어요. 어디 그게 웃을 일인가요? 참으로 큰일 날 일이지요.

은호와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어머니가 부엌에서 무엇인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계셨지요. 좋은 냄새가 코를 찔렀어요. 나는 갑자기 시장기가 크게 돌았어요. 내가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자니까, 어머니께서 나에게 말씀하셨어요.

, 심부름 하나 해야 하겠다. 고모님 댁에 이 음식을 가져다 드리고 오너라.”

고모님 댁은 전철을 타고 가야 해요. 그러나 그리 멀지는 않아요. 기껏해야 전철로 10분밖에 안 걸리니까요. 나는 어머니가 주시는 음식 보따리를 들고 얼른 고모님 댁으로 향했어요.

전철을 타니 빈자리가 보였어요. 나는 점잖게 그 자리에 가서 앉았지요. 그런데 그 다음 정거장에서 어떤 아저씨가 내 옆자리에 와서 앉았어요. 그 아저씨가 앉자마자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거예요. 구역질이 날 것 같았어요. 나는 조금 후에 그 냄새가 바로 담뱃진 냄새라는 걸 깨달았어요.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은 담뱃진이 몸에 밴다는군요. 어찌나 역한지, 머리가 띵했어요. 담배를 피우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도 해로운 일이지만, 이렇게 옆의 사람에게도 고통을 주는 나쁜 짓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어요. 나는 얼른 일어나 버릴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내가 내릴 역에 전철이 도착했어요.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전철을 나와서 나는 크게 숨을 쉬었어요.

고모님에게 음식을 전해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버지가 집에 벌써 와 계셨어요. 오늘은 집에서 하실 일이 있으셔서 조금 일찍 오셨대나 봐요. 나는 오늘 전철 안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아버지에게 말씀드렸어요. 아버지는 내 말을 들으시고 나서 간접흡연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어요.

간접흡연이란, ‘담배를 피우는 사람 옆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담배 연기를 마시는 것을 말한대요. 그러나 요즈음은 담배 연기를 마시지 않아도, 담배 연기 속의 성분이 묻은 옷이나 침구 등의 물건을 통하여 그 나쁜 성분이 몸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까지 간접흡연에 포함된다는군요. 부부 중에 남편이 담배를 피우면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부인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졸중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대요. 특히 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는 간접흡연이 더욱 위험하다고 해요. 어린이가 이어서 간접흡연을 하게 되면 호흡기 질환이나 천식 및 영아돌연사증후군 등의 무서운 병에 쉽사리 걸리게 된대요.

저녁을 먹고 나서 아버지는 신문을 보시고 계셨어요. 그런데 갑자기 ?’하고 놀라시더니 나를 부르셨어요. 아버지는 신문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셨어요.

이것 봐라! 지리산에 산불이 났다는구나. 우리나라 산불은 주로 사람의 부주의로 발생되는데, 그 원인 중 입산자 실화논밭두렁 소각에 이어서 담뱃불 투기3번째라고 한다.”

어려운 말이지만, 그 뜻은 알 수 있어요. 며칠 전에는 신문에 어느 절이 불타서 재가 되었다고 하더니 오늘은 산불이 났다니 큰일이 아닐 수 없군요. 담배를 가지고 산을 오르면 안 된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어른들이 왜 그 말을 따르지 않는 걸까요? 내가 알기로, 담배는 나라에서 만들어서 판다고 해요. 그러면 나라에서는 왜 이렇게 해로운 담배를 만들까요? 아마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요. 이런 것을 두고 울며 겨자 먹기라고 하는가 봐요. 하기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으니 갑자기 담배를 없애 버리면 혼란스럽게 될 수도 있겠어요. 몰래 담배를 만들어 파는 사람도 생길 거예요. 그렇다면 담뱃값을 아주 비싸게 하면 어떨까요? 그것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러니 모두 스스로 담배를 끊는 수밖에는 없대요. 끊으려면 우리 아버지처럼 소리가 나게 아주 끊어야 해요. 끊었다가 다시 피면, 사람만 볼썽사나워지니까요.

그날 밤, 나는 전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요. 하루 동안에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인지, 금방 깊은 잠에 빠져 버렸어요. 그리고 꿈을 꾸게 되었어요. 나는 꿈속에서 마술 구경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사람이 무대 위로 나오더니, 입에 담배 개비를 물기 시작했어요. 한 개비, 두 개비, 세 개비---그렇게 스무 개비를 모두 한 입에 물고 불을 붙여서 뻐끔뻐끔 피우는 게 아니겠어요? ‘저런. 저런. 해로운 담배를 왜 저리 피울까?’하고 나는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멋모르고 모두 손뼉을 치는 거예요. 나는 나도 모르게 안 돼.’라고 소리쳤어요. 그러니까, 어디선가 여러 사람들이 몰려와서 내 입에 가득 담배 개비를 물리고서는 불을 붙이려고 하지 뭐예요.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으악!’ 소리와 함께 눈을 번쩍 떴어요. 밖은 어둠에 싸였고 사방이 쥐죽은 듯 조용했어요. 한밤중이었지요. 시계를 보니, 두 바늘이 모두 12를 가리키고 있었어요. 그래요, 12시였어요. 나는 후유-’하며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이제는 담배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그럼요. 세상에서 제일 겁나요. 이담에 어른이 되어도, 나는 절대로 담배에는 손대지 않을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담배 옆에도 가지 않을 거예요. 나는 굳게 다짐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참여문학 2011 봄호에 발표)

 

 

 

김 재 황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으로 등단.

시조집 [내 숨결 네 가슴 스밀 때] [콩제비꽃 그 숨결이] [국립공원기행]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외 시집 다수.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산문집 [봉쥬르 나폴레옹] [숫시인 싯다르타] [씬쿠러, 콩쯔] [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외 다수

한국녹색시인회 회장 역임. 현재 상황문학문인회 회장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아동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지방리 '샘골농원' 이야기  (0) 2011.10.02
동화 '강아지 순둥이'  (0) 2011.04.08
(동시조) 한여름 매미 소리  (0) 2010.08.15
옛날 그 거북선은  (0) 2005.11.12
동시조7  (0) 200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