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미선나무 개화

시조시인 2012. 10. 15. 20:50

           미선나무 개화


                                               김재황




봄이 자리를 제대로 정하고 앉기도 전에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와르르 잔 말마디를 가득 쏟아 놓았다.


봄이 가슴을 둥글게 벌리고 앉기도 전에

무엇이 그리 서럽고 무엇이 그리 쓰린지

사르르 흰 마음마저 모두 풀어 보였다.


뭔가 급하긴 급한지 뭔가 바쁘긴 바쁜지

봄이 귀를 기울이고 뜻을 새기기도 전에

까르르 헤픈 웃음만 남겨 두고 떠났다.

 

 

(단평)

미선나무 개화를 노래한 김재황 시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미선나무를 찾아 보았다나도 촌사람이고 농업을 전공하여   안다고 생각했는데  미선이란 나무는 금시초문이었다그래서 알아본 결과, 그게 생김이나 종과 속이 개나리에 가까운 나무이지만 개나리보다 10여 일 일찍 개화를 시작하는데 꽃부터 먼저 활짝 피고 낙화가 시작되면 비로소 잎을 피우는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한국 특산식물이고 약용식물이라 소개되어 있다거친 토양에도 잘 자라고 겨울철 꽃봉오리가 만들어짐으로써 꽃샘추위속인 이른 봄에  먼저 꽃을 활짝 피우고 꽃의 색깔은 흰색연분홍색상아색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전령 역할을 하는 미선나무를, 그것도 전세계에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자라는  꽃나무를 그가 노래하려니 시조라는 그릇도 염두에 두지 않았나 싶다우리의 유일한 고유의 노래가 시조이듯 ‘유일한 우리나라 꽃나무라는 사실 ‘꽃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망울을 만들고  먼저 서둘러서 개화를 마치는  특성 마음에 들어서 시인이 읊을 꽃나무로 선정되지 않았나 싶다 수는 이른   먼저 꽃을 피우는 특성을 노래했고, 두 번째 수는 하얀 꽃망울을 활짝 펼쳐서 겨울을 견디어 낸 사연을 풀어 보인다고 생각했으며셋째 수는 봄이 귀를 기울이고 자리를 잡기도 전에 까르르 헤픈 웃음을 남겨 놓고 떠나고 만다는 생리적 특성을 노래했다그가 발견한 미선나무의 개화의 특성을 한 편의 기록영화를 찍듯 시로 표현하고 있다.

김재황 시인은 오랜 습작기를 보낸 은둔의 시인이다끊임없이 공부하고 끊임없이 시작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학구파에 속한다신춘문예에 끝없이 낙방하면서도 시를 포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좌절하지도 않고 평생 동안 시의텃밭을 묵묵히 일구어 , 묵정밭을 묵묵히 갈듯이 그의 심전을 갈아온 농부시인이다.  김 시인을 생각하면  패자부활전을 거쳐  올라와서 마지막 결승에 다다른 스포츠 선수처럼 든든함과   패기를 느낄  있다.  그래서 한때는 제주도에서 귤밭농장도 경영한 적이 있지 않은가.  요즘은 동양고전에 푹 빠져서 집필에 열심이시다대기만성의 시인추운 겨울을 잘도 견디고 앞당겨 시조의 개화를 활짝 선보인 시인에게 인고의 시심을 읽는 즐거움이 있다.(김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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