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습니다. 집 밖에는 어둠을 때리는 바다의 물결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제주도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는 고장이어서, 한여름 동안을 질금질금 하늘이 샙니다. 비가 오면 바람이 덩달아 불고, 물결마저 어울려서 철썩철썩 춤을 벌입니다.
“내일도 나가셔야 돼요?”
꼬마가 할머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습니다.
“아무렴, 부지런히 소라와 전복을 따서 네 옷이며 신발을 사 주어야지.”
할머니는 빙그레 웃음을 머금고 손자를 향해 말했습니다. 하지만 꼬마는 시큰둥했습니다. 모두가 다 싫었습니다. 할머니가 늘 곁에 있기를 바랐습니다. 게다가 구수한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가장 좋아했으니까요.
“이 세상에서 할머니가 제일 좋아요.”
“그 응석에 이 할미가 넘어가겠니? 내일 일찍 일어나려면 오늘은 그만 자야지.”
할머니와 손자는 나란히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두 사람이 잠든 오두막집 위로 하얀 달빛이 시름없이 쏟아졌습니다.
제주도 동쪽에 자리 잡고 있는 하도리. 그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을 바라보고, 조는 것 같은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대여섯 채의 오두막집들. 맨 아래쪽에 할머니와 손자가 단둘이 사는 집이 앉아 있습니다.
글: 김재황. 그림: 가아루 펴낸 곳: 도서출판 '노란 돼지' 값: 10,000원
연락처: (031)942-5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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