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악기론

제18절, 하늘은 높고 땅은 낮아서(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17. 07:46

제18절 하늘은 높고 땅은 낮아서

 天高地下 萬物散殊 而禮制行矣 流而不息 合同而化 而樂興焉 春作夏長 仁也 秋斂冬藏 義也 仁近於樂 義近於禮 樂者敦和率神而從天 禮者別宜居鬼而從地 故聖人作樂以應天 制禮以配地 禮樂明備 天地官矣(천고지하 만물산수 이례제행의 류이불식 합동이화 이락흥언 춘작하장 인야 추렴동장 의야 인근어악 의근어례 악자돈화솔신이종천 예자별의거귀이종지 고성인작악이응천 제례이배지 예악명비 천지관의).

 하늘은 높고 땅은 낮아서 만물이 ‘형체를 달리하여 산재하여 있으니’(산수) ‘예’를 제정함이 행해졌다. (음양의 기가) 흘러서 쉬지 않고 같이 모여서 바뀌니 ‘악’이 일어났다. 봄에 짓고 여름에 자라는 것은 어짊이다.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감추는 것은 옳음이다. 어짊은 ‘악’(음악)에 가깝고 옳음은 ‘예’(예절)에 가깝다. ‘악’이란 ‘고르고 따뜻함’을 두텁게 하는 것으로서 ‘뻗어나가는 양기’를 거느리고 이어서 하늘을 따르며, ‘예’란 마땅함(귀천이나 존비)을 나누는 것으로서 ‘굽히는 음기’를 엎드려 좇고 이어서 땅을 따른다. 그러므로 ‘성인’은 ‘악’을 짓고 이로써 하늘에 응하고 ‘예’를 제정하고 이로써 땅에 짝지었다. ‘예’와 ‘악’이 밝게 갖추어져서 하늘땅이 각각 그 직분(官: 마땅히 해야 할 본분)을 얻었다. (녹시 역)

 ‘시조’의 경우- <하늘은 높고 땅은 낮아서 만물이 ‘형체를 달리하여 산재되어 있으니’(산수) ‘시조 형식’을 제정함이 행해졌다. (음양의 기가) 흘러서 쉬지 않고 같이 모여서 바뀌니 ‘시조 내용’이 일어났다. 봄에 짓고 여름에 자라는 것은 ‘어짊’이다.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감추는 것은 ‘옳음’이다. 어짊은 ‘시조 내용’에 가깝고 옳음은 ‘시조 형식’에 가깝다. ‘시조 내용’이란 ‘고르고 따뜻함’을 두텁게 하는 것으로서 ‘뻗어나가는 양기’를 거느리고 이어서 하늘을 따르며, ‘시조 형식’이란 마땅함(귀천이나 존비)을 나누는 것으로서 ‘굽히는 음기’를 엎드려 좇고 이어서 땅을 따른다. 그러므로 ‘시조시인’은 ‘시조 내용’을 짓고 이로써 하늘에 응하며 ‘시조 형식’을 따라서 이로써 땅에 짝지었다. ‘시조 형식’과 ‘시조 내용’이 밝게 갖추어져서 하늘과 땅이 각각 그 직분(官: 마땅히 해야 할 본분)을 얻었다.>

[녹시 생각]
 여기에서는 시조를 크게 나누어서 ‘내용’은 ‘양’(陽)이고 ‘형식’은 ‘음’(陰)이라고 하였다. 디시 말해서 ‘내용’은 하늘을 따르고 ‘형식’은 땅을 따른다는 말이다. ‘하늘’은 ‘주는 것’인데 ‘땅’은 ‘받는 것’이라는 뜻이 아닐까.
 그러나 작게 보면, ‘형식’ 자체에도 ‘음’과 ‘양’이 존재한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시조는 3장 6구 12음보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음절’이 모여서 ‘음보’를 이룬다. 즉, 그 ‘음보’의 ‘음절’ 수가 ‘음양’을 나타낸다. 시조의 기본형은, 초장의 그 ‘음보’에 담긴 ‘음절’ 수가 ‘3, 4, 4, 4’로 되어 있다. 또, 중장의 그 ‘음보’에 담긴 ‘음절’ 수도 ‘3, 4, 4, 4’이다. 이를 ‘음양’으로 바꾸면 초장이 ‘양, 음, 음, 음’이고 중장도 ‘양, 음, 음, 음’이다. 그리고 종장의 그 ‘음보’에 담긴 ‘음절’ 수는 ‘3, 5, 4, 3’이다. 이를 ‘음양’으로 바꾸면 ‘양, 양, 음 양’이다. 이는, 초장이 ‘음’ 쪽으로 기울어졌고 중장도 ‘음’ 쪽으로 기울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종장은 초장과 중장을 합한 무게를 지닌다. 이 종장이 ‘양’ 쪽의 무게를 지닌다. 일대 반전이고 큰 변화이다. 일진광풍을 일으킨다. 이렇게 됨으로써 시조는 평형을 유지하며 반듯하게 선다. 하늘과 땅이 그 직분을 비로소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