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악기론

제37절, '악'이라는 것은 마음의 움직임(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23. 12:37

제37절‘악’이라는 것은 마음의 움직임

  樂者心之動也 聲者樂之象也 文采節奏 聲之飾也 君子動其本 樂其象 然後治其飾 是故先鼓而警戒 三步以見方 再始以著往 復亂以筋歸 奮疾而不拔 極幽而不隱 獨樂其志 不厭其道 備擧其道 不私其欲 是故情見而義立 樂終而德尊 君子以好善 小人以聽過 故曰 生民之道 樂爲大焉(악자심지동야 성자락지상야 문채절주 성지식야 군자동기본 락기상 연후치기식 시고선고이경계 삼보이견방 재시이저왕 복란이근귀 분질이불발 극유이불은 독락기지 불염기도 비거기도 불사기욕 시고정견이의립 락종이덕존 군자이호선 소인이청과 고왈 생민지도 락위대언).

 ‘악’(음악)이라는 것은 마음의 움직임이다. ‘소리울림’이라는 것은 ‘악’(음악)의 생김새이다. ‘문채’(소리 가락의 무늬. 곡절)와 절주(가락의 진행이나 정지를 시키는 것)는 소리울림의 장식이다. 군자는 그 뿌리(본심)를 움직여서 그 생김새를 즐기고, 그런 다음에야 그 장식을 다스린다. 이렇기에 (주악을 시작할 때) 먼저 북을 쳐서 ‘경계’(뭇 사람의 청감을 움직여 그 주의를 끌도록 한다.)하고, (춤을 출 때에는 먼저) 세 번 발을 들어서 그 춤의 방법(方)을 보인다(見). (1절을 악무해서 끝내고) 다시 시작할 때에는 또다시 북을 쳐서 앞으로 나아감(往)을 나타내 보이며, 다시 무악이 끝날(亂=終) 때에는 징을 쳐서 그 물러감(歸=退)을 계칙(筋)한다. (무용하는 모양은) 분질(떨쳐서 힘쓰다)하나 너무 빠르지(拔) 않고, 매우 그윽하나 감추지 않는다. 홀로 그 뜻을 즐거워하여 그 길을 싫어하지 않는다. 자세하게 그 길을 선양하여 그 하고자 함을 사유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정’(성정)이 나타나서 ‘옳음’이 서고 ‘악’(음악)이 끝나서 ‘베풂’은 높다. 군자는 이로써 ‘착함’을 좋아하고 ‘소인’(베풂이 적은 사람)은 이로써 나쁜 마음을 씻어버리고 잘못을 고친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살아 있는 백성의 길은 ‘악’(음악)을 거대함(大)으로 삼는다.”라고 했다. (녹시 역)

 ‘시조’의 경우- <‘시조 내용’이라는 것은 마음의 움직임이다. ‘내재율’이라는 것은 ‘시조 내용’의 생김새이다. ‘문채’(소리 음률의 무늬. 곡절)와 절주(음률의 진행이나 정지를 시키는 것)는 내재율 장식이다. 선비는 그 뿌리(본심)를 움직여서 그 생김새를 즐기고, 그런 다음에야 그 장식을 다스린다. 이렇기에 먼저 느낌표를 넣어 ‘경계’(뭇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그 주의를 끌도록 한다.)하고, (멋을 부릴 때는 먼저) 세 번 뜻을 돌려서 그 멋의 방법(方)을 보인다(見). 다시 시작할 때는 또다시 느낌표를 넣어서 앞으로 나아감(往)을 나타내 보이며, 다시 ‘씩씩한 시조 내용’이 끝날(亂=終) 때에는 큰 울림을 주어서 그 물러감(歸=退)을 계칙(筋)한다. 분질(떨쳐서 힘쓰다)하나 너무 빠르지(拔) 않고, 매우 그윽하나 감추지 않는다. 홀로 그 뜻을 즐거워하여 그 길을 싫어하지 않는다. 자세하게 그 길을 선양하여 그 하고자 함을 사유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정’(성정)이 나타나서 ‘옳음’이 서고 ‘시조 내용’이 끝나서 ‘베풂’은 높다. 선비는 이로써 ‘착함’을 좋아하고 ‘소인’(베풂이 적은 사람)은 이로써 나쁜 마음을 씻어버리고 잘못을 고친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길은 ‘시조 내용’을 거대함(大)으로 삼는다.”라고 했다.>

[녹시 생각]
 시(시조)의 사명은 베풂에 있다. 시조집을 묶어서 남에게 보내는 작업을 왜 하는가? 말하자면 베풂을 통한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보내는 일이 절대 쉽지 않다. 책에 사인을 하고, 봉투에 주소를 쓰고, 우체국에 가서 돈을 내고 책을 부쳐도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많다. 남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지 않기 때문일 것 같다. 그렇기에 요즘은 남이 나에게 책을 보내왔을 때만 그 답례로 책을 보내는데, 그것도 많은 신경을 쓴 뒤에 보낸다. 즉, 책에 사인이 들어 있으면 ‘책을 잘 받고 잘 읽었다는 소식’을 전한 뒤에 그 답이 어떻게 오는가를 보고 내 책을 보낸다. 이때는 정성을 다하여 책을 보낸다. 그렇게 하면 후회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