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영월군 광천리에서
김 재 황
강물 감돌아 흐르는 여울 소리 밭은자리
이유 모를 물안개가 절벽을 가로막으면
청령포 작은 가슴에 긴 한숨도 짙게 낀다.
바람 너무 거세었던 역사 뒤쪽 그 회오리
오늘 다시 흔들려서 유배지는 어지럽고
관음송 얽은 기둥만 하늘과 마주 눕는다.
먹구름 피어오르는 그늘 깊은 저녁 하늘
둥지 잃은 산비둘기 날개마저 다쳤는가,
노산군 슬픈 얼굴이 서산 위에 얹혀 있다.
(2002년)
(시작 노트)
청령포는 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에 있는 단종의 유배지이다.
1445년, 단종은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했다. 그다음 해인 1446년, 성삼문 등의 충신들이 상왕(단종)의 복위를 꾀했는데, 사전에 그 움직임이 누설되었다. 그로써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청령포에 유배되기에 이르렀다. 이곳은 육지이면서도 섬과 같다. 동․남․북 삼면은 물로 둘러싸이고, 서쪽은 험준한 암벽이 가로막고 있다.
청령포는 1971년에 강원도 기념물 제5호로 지정되었다. 이곳에는 단종이 유배되어 있을 당시에 세운 금표비(禁標碑)가 있고, 영조 때에 세운 단묘유지비(端廟遺支碑)도 있다. 그리고 단종이 시름을 달래며 쌓았다는 망향탑이 서 있다.
나는 특히 이곳의 ‘관음송’에 마음이 간다. 단묘유지비각 서편, 그러니까 청령포의 숲 가운데에 이 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유배 생활할 때, 관음송은 80살 정도였다고 한다. 이 나무는 지상에서 두 갈래로 크게 가지가 갈라져서 동서로 비스듬히 자랐는데, 단종은 그 가지에 걸터앉아서 슬픔을 달래었다는 일화가 있다. 지금의 관음송은 거목이다. 600살이 넘었으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키는 30m에 이르고 가슴높이의 둘레는 5m나 된다. 그리고 갈라진 줄기의 밑둘레는 3.3m에, 남북으로 펼친 가지는 20m의 길이이다.
단종의 모습과 한숨을 보고 들었다는 관음송. 그 주위에서 떡갈나무․말채나무․산뽕나무․소사나무 등을 만날 수 있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