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숨결 네 가슴 스밀 때] 편
임진강에서
김 재 황
물바람은 울먹이며 강가에서 서성대고
겉늙은 갈대꽃이 넋이 나가 흔들려도
포성에 멍든 역사는 침묵 속을 떠간다.
서러운 빗줄기를 한데 모아 섞던 강물
말 잃은 얼굴들은 바닥으로 잠기는데
세월은 등 푸른 꿈을 연어처럼 키운다.
짚으면 어지러운 굽이마다 목이 메고
내닫는 물길로는 풀지 못할 한이기에
나루터 기댄 쪽배만 그 가슴이 썩는다.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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