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기행] 편
설악산국립공원
김 재 황
(1)
동해를 굽어보고 먼 하늘을 바라보고
이 나라 버틴 등뼈 불끈 힘줄 조이고서
와선대 온갖 속삭임 홀로 듣고 즐기니.
바위산 곧은 솔이 가난한 맘 품고 살면
솜다리는 얇게 걸친 흰옷마저 훌훌 벗고
신나게 마등령 위로 산바람을 타고 간다.
커다란 바위 밑을 기어가는 그 물소리
가냘픈 꽃잎 위를 날아가는 저 새소리
그렇지 용아능선에 임 발걸음 딛는 소리.
(2)
손 모은 미륵봉은 온 번뇌를 열었는데
긴 사연 담긴 타래 질긴 침묵 풀어 보고
달마골 펼친 날개는 믿은 만큼 그만큼.
천둥도 번갯불도 바로 그분 하실 대로
여울목 급히 지나 참 느리게 가다 보면
명상 든 울산바위도 하늘 기대 꾸벅꾸벅.
이슬은 차가워도 정은 그리 뜨겁던가,
숲마다 산골마다 모두 절로 타는 단풍
저것 봐, 수렴동 온통 불바다를 이룬 걸.
(3)
가눌 길 못내 없어 억새꽃이 흩날리던
좁다란 오솔길로 왔다 간 이 누구인지
선녀탕 떠는 물거울 긴 소매로 닦는 바람.
서둘러 떠난 이웃 남은 후에 안부 묻고
몰아친 겨울바람 하얀 가슴 쓸고 나면
귀면암 가는 눈초리 다가드는 산그늘이-.
노을 든 등성이에 햇솜 같은 눈이 내려
긴 세월 모진 애증 감싸는 뜻 포근해도
서러운 대승폭포만 울다 지쳐 꽝꽝 언다.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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