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오대산국립공원/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6. 7. 04:36

[국립공원 기행] 편

 

             오대산국립공원

 

                                           김 재 황



(1)
거뭇한 숲 그늘로 산바람이 스며들면
샘물에 몸을 담근 흙의 속살 부끄럽고
우뚝한 다섯 봉우리 서로 잡고 둘러선다.

은비늘 빛날수록 전나무는 키가 커서
석탑을 돌던 꿈이 금강연에 잦아들고
월정사 오르는 길도 달빛 따라 늘어진다.

(2)
주름진 몸뚱이에 짐을 지는 신갈나무
가파른 언덕 올라 현기증을 일으키면
동대산 쓸린 능선은 산안개에 낮아진다.

잘생긴 얼굴들이 다리 끌며 찾아들면
포근한 잔디 깔아 길손 맞는 적멸보궁
그 가슴 멍들었는가, 상원사의 동종이여.

쪼그린 주목들이 서로 옹이 비비는데
산돼지 머리 받혀 산부리는 깨어지고
어둠이 걷힐 때마다 비로봉은 솟구친다.

(3)
영감사 사라지고 뒷얘기만 남은 자리
여위는 비석 앞에 초롱꽃을 놓아 보면
조선조 그 왕조실록 펼쳐지는 한숨 소리---.

계곡은 몰래 가꾼 그 몸매를 자랑하고
소매로 후려쳐서 춤사위를 여는 폭포
선계를 굽어보는 듯 만물상이 내비친다.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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