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놓은 가을 엽서] 편
황소의 눈
김 재 황
못 삭인 울화통이 우황으로 크는 걸까
코뚜레가 끄는 대로 이끌려온 너의 생애
큰 눈을 끔벅일 때면 하늘 끝도 젖어든다.
우직한 그 심성을 멍에처럼 목에 걸고
매달리는 고달픔도 달구지에 얹어 보면
발자국 찍힌 그만큼 이지러진 달이 뜬다.
잠든 밭 깨우려고 날 선 쟁기 끌었으리,
기세 좋은 더위마저 갈아 넘긴 뚝심이여
지난 날 되새기는 듯 누운 산을 바라본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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