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말하면 雜類라하고/ 주의식

시조시인 2023. 12. 18. 11:40

19. 말하면 雜類라하고/ 주의식


[원본]

말하면 雜類라하고 말 않으면 어리다하네
貧寒을 남이 웃고 부귀를 새우는데
아마도 이 하늘아래 사롤 일이 어려왜라.

                           

[역본]

말하면 잡스럽다 말 않으면 어리석다
가난하면 남이 웃고 잘 산다면 시기하니
참으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어렵구나.
                           

[감상]

 주의식(朱義植)은 조선 숙종과 영조 때의 시조작가이다. 출생한 해와 이 세상을 떠난 해는 알려지지 않았다. 본관은 나주(羅州)이고 자(字)는 ‘도원’(道源)이며 호(號)는 ‘남곡’(南谷)이라고 한다. 숙종 때 무과에 급제하여 칠원현감(漆原縣監)을 지냈다고 하는데, 노래를 짓고 부르는 데 뛰어난 재주가 있어서 명가(名歌)로 이름이 높았다고 한다. 그의 사위 김삼현(金三賢)과 더불어 자연에 묻혀 살았다. 몸을 공검하게 했고 처심을 맑게 하여 군자의 풍도가 있었다는 평이다. 시조 8수가 있다.
 아마도 ‘잡류’라고 함은 ‘하찮은 벼슬아치’라든가 또는 ‘협잡성이 많은 무리’ 등을 가리키는 성싶다. ‘어ㅣ다’는 ‘어리석다’라는 뜻을 나타내고, ‘새우는데’는 ‘시샘하는데’라는 뜻인데, 나는 그저 ‘시기한다.’라고 풀었다. 또, ‘사롤 일이’는 ‘살게 할 일이’라는 뜻일 것 같은데 이 또한 쉽게 ‘살아가기’라고 풀었다. ‘어려왜라’는 ‘어렵구나.’라는 뜻을 나타낸다. ‘왜라’는 고어로 ‘와’와 ‘이라’가 겹친 말이다. 감탄형임.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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