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酒客이 淸濁을 갈희랴/ 작가 미상
[원본]
酒客이 淸濁을 갈희랴 다나 쁘나 마고 걸너
잡거니 勸하거니 量대로 머그리라
醉하고 草堂 발근 달에 누어신들 엇더리.
[역본]
술꾼이 뭘 가리랴 다나 쓰나 마구 걸러
잡거니 권하거니 제 양대로 먹으리라
취하여 달 뜨는 별채에 누웠은들 어떠리.
[감상]
초장을 본다. ‘酒客이 淸濁을 갈희랴.’는 ‘술꾼이 맑고 탁함을 가리랴’라는 뜻이다. 맑은 술은 청주요, 흐린 술은 탁주라고 한다. 달든지 쓰든지 술이라면 마구 걸러 마신다. 그게 바로 술꾼이 아니겠는가. 누구든 젊었을 적에는 그런 때가 있는 법이다. 중장으로 간다. 여기에서 ‘잡거니’는 홀로 마시는 ‘독작’(獨酌)을 말하는 듯싶다. 홀로 마시든 누가 권해서 마시든 양껏 마시겠다는 말이다. 그러니 술꾼이 아니겠는가.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취하고 나서 밝은 달이 뜨는 초당에 누웠은들 어떻겠느냐고 큰 배포를 보인다. ‘초당’은 억새나 짚 따위로 지붕을 인 조그마한 집채‘를 가리키킨다. 이는 보통 따로 떨어져 있다. 그래서 나는 ’별채‘라고 했다. 술이라고 하면 이태백이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태백은 홀로 술을 마시더라도 달과 그리고 자신의 그림자를 벗 삼지 않는가. 그만큼의 멋은 지니지 못하였더라도 초당에서 달과 벗삼을 수 있는 멋이 좋다. 이럴 때 시인이라면 한 한 수가 있겠지.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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