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 꼭닥이 오르다하고/ 작가 미상
[원본]
꼭닥이 오르다하고 니즌듸를 웃지마라
네 압혜 잇는 것은 나려가는 일뿐이니
平地에 올을 일 잇는 우리 아니 더 크랴.
[역본]
꼭대기 올랐다고 낮은 데를 비웃지 마
네 앞에 있는 것은 내려가는 일뿐이니
낮아서 오를 일 있는 우리 아니 더 크랴.
[감상]
초장을 본다. ‘오르다하고’는 ‘올랐다 하고’르 가리키는 성싶은데, 나는 그냥 ‘올랐다고’라고 쉽게 풀었다. 높이 올라갔다고 낮은 데 있는 사람을 내려다보며 비웃지 말라는 뜻이다. 알번적으로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으면 조금 낮은 데 있는 사람을 깔보기 마련이다. 그런 일은 이 세상 어디에서나 비일비재하다. 중장을 본다. 높은 데 올랐으면 남은 것은 내려가는 일뿐이다. 노래에 ‘달도 차면 기우나니’란 구절이 있지 아니한가. 노자도 이 일을 역으로 이용하여 ‘내려가게 하려면 높이라.’하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게 바로 병법이다. 남은 게 내려갈 일뿐이라면 그거야말로 불쌍하게 여김을 받게 된다. 이제는 종장을 본다. 낮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 오를 일만 있는 우리는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을 두렵게 생각하라는 말도 생긴 게 아니겠는가. 그렇다. 지는 해보다 뜨는 해가 훨씬 더 크다. 그만큼 미래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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