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 길흘 갈대몰나/ 작가 미상
[원본]
길흘 갈대몰나 거리의셔 바자니니
東西南北의 갈길도 하도할샤
알픠셔 가난 사람아 正길 어대 잇나니.
[역본]
갈 길을 알지 못해 거리에서 서성대니
사방에 걸을 길도 여기 저기 많고 많다
앞에서 가는 사람아 바른 길이 어디 있냐.
[감상]
이 작품에서 ‘길’은 ‘사람이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학문의 길’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초장을 본다. ‘바자니니’는 ‘바장이니’라는 말인데, 이는 ‘서성거리다.’라는 뜻으로 ‘부질없이 짧은 거리를 오락가락 거닐다.’라든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머뭇머뭇하다,’라는 말이다. 사람이 갈 길을 모르면 헤메게 된다. 어쨌든 갈 길이 정해져야 부지런히 걸어가게 된다. 중장을 본다. ‘하도할샤’는 ‘많기도 하구나.’라는 뜻이다. 밖으로 나가면 길은 수없이 많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팡질핑할 때도 많다. 길을 잠못 들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된다. 참으로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정길’은 ‘바른 길’이나 ‘곧은 길’이나 ‘정당한 길’이나 ‘참된 도리’ 등을 말한다. ‘앞에서 가는 사람’이란, 아마도 ‘성현’을 가리키는 성싶다. 그들은 길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길을 모르면 묻는 게 상책이다. 아는 체하고 무작정 다니면 고생만 하게 된다. 묻는 게 예의가 아닌가.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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