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 그리든 님 맛난 날 밤은/ 작가 미상
[원본]
그리든 님 맛난 날 밤은 져 닭아 부대 우지 마라
네 소래 업도소니 날샐쥴 뉘 모로리
밤즁만 네 우름소래 가슴 답답하여라.
[역본]
그리던 임 만난 밤에 저 닭이여 울지 마라
네 소리 없더라도 날이 샌 줄 모르겠냐
밤중에 네 울울 들으니 내 가슴만 답답하다.
[감상]
초장을 본다. 닭에게 간절히 부탁하는 말이다. 얼마나 그리워하던 임인데, 비로소 오늘 만나서 긴 회포를 풀려고 하는 차에 네가 울음 소리를 내면 만사가 틀어져 버린다. 그러니 제발 오늘 밤에는 울음 소리를 내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다. 즉, 남의 좋은 일에 훼방을 놓지 말라는 뜻이다. 아무리 닭이라고 하더라도 남의 기쁜 만남에 울음 소리를 내서야 되겠는가. 중장을 본다. 네가 울어서 날이 밝았다고 굳이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사람들은 이미 날이 샌 줄 모두 안다는 이야기다. 쓸 데 없는 짓을 하지 말라는 충고이다. 이제는 종장을 본다. 한밤중에 임을 만나서 즐거운 이야기를 주고 받고자 하는데, 네가 울음 소리를 내면 김이 새지 않겠느냐는 원망의 말이다. 멋지게 노래라도 한다면 모르겠는데, 초상이라도 난 듯 울음을 쏟으니 짜증스럽기도 할 것 같다. 그러니 임이 보는 앞에서 쫓아 나가 그 닭의 목을 비틀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냥 참으려니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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