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그리든 님 맛난 날 밤은/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4. 2. 20. 06:00

316. 그리든 님 맛난 날 밤은/ 작가 미상

 

[원본]

 

그리든 님 맛난 날 밤은 져 닭아 부대 우지 마라

네 소래 업도소니 날샐쥴 뉘 모로리

밤즁만 네 우름소래 가슴 답답하여라.

 

 

 

[역본]

 

그리던 임 만난 밤에 저 닭이여 울지 마라

네 소리 없더라도 날이 샌 줄 모르겠냐

밤중에 네 울울 들으니 내 가슴만 답답하다.

 

 

 

[감상]

 

   초장을 본다. 닭에게 간절히 부탁하는 말이다. 얼마나 그리워하던 임인데, 비로소 오늘 만나서 긴 회포를 풀려고 하는 차에 네가 울음 소리를 내면 만사가 틀어져 버린다. 그러니 제발 오늘 밤에는 울음 소리를 내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다. , 남의 좋은 일에 훼방을 놓지 말라는 뜻이다. 아무리 닭이라고 하더라도 남의 기쁜 만남에 울음 소리를 내서야 되겠는가. 중장을 본다. 네가 울어서 날이 밝았다고 굳이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사람들은 이미 날이 샌 줄 모두 안다는 이야기다. 쓸 데 없는 짓을 하지 말라는 충고이다. 이제는 종장을 본다. 한밤중에 임을 만나서 즐거운 이야기를 주고 받고자 하는데, 네가 울음 소리를 내면 김이 새지 않겠느냐는 원망의 말이다. 멋지게 노래라도 한다면 모르겠는데, 초상이라도 난 듯 울음을 쏟으니 짜증스럽기도 할 것 같다. 그러니 임이 보는 앞에서 쫓아 나가 그 닭의 목을 비틀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냥 참으려니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