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온 문학의 길
김 재 황
나는 유년 시절을 고향에서 보냈다.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냇물이 흐르는 전형적인 시골이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서 제대한 이후, 나는 줄곧 자연과 벗하며 살았다.
어차피 문학은 경험의 바탕 위에서 꽃을 피워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럴 바에는 경험에 충실하게 다가가는 게 옳다고 나는 여겼다. 어차피 문인이 된 바에는, 많은 글을 써서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리라 마음먹었다.
1989년에는 나의 첫 시집 '거울 속의 천사'가 태어났다. 그리고 이어서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를 펴냈다. 1990년에는 들꽃 시집 '바보여뀌'가 출간되었다. 이 시집에는 '앵초'와 '별꽃' 등, 모두 104종의 들꽃들을 노래한 시가 들어 있다. 시집 제목으로 사용된 '바보여뀌'는, 매운 맛을 지닌 보통의 여뀌와는 달리, 아무런 맛도 지니지 않은 싱거운 여뀌이다. 바로 이 들꽃은 바보 같았던 내 젊은 시절을 되새기게 해준다. ‘바보여뀌'가 출간되고 나서, '주간조선'에서는 이 시집을 국내 첫 풀꽃 소재 시집으로 소개하였다. 나는 큰 보람을 느꼈다.
다음에는 '나무'를 택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운문보다 산문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시’(詩)가 빠지면 안 되겠기에 한두 편씩을 곁들였다. 모두 77종의 나무 이야기가 들어 있으므로, 그 제목을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라고 정했다. 그 책이 1991년 4월에 도서출판 '외길사'에서 출간되었다. 나는 그 책의 첫 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키가 작은 풀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키를 낮추어야만 하듯이, 서 있는 나무들을 만나려고 한다면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까이 그들에게로 다가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KBS 제1텔레비전 방송국으로부터 4월 5일 식목일 밤 '보도본부 24시'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생방송이었다. 그런가 하면, 1991년 4월 19일자 일간지 '스포츠 서울'의 '저자와의 대화' 난(欄)을 통해서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가 소개되었고, 또 4월 20일자 중앙일보의 '이런 사람' 난을 통하여 '나무 詩人'으로 소개되는 영광을 얻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불교방송 '음악의 마을'에 초대되어 이상벽 씨와 대담을 갖기도 했다. 그는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느닷없이 '쌀밥이 좋으냐, 보리밥이 좋으냐'하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웃으며 '제 철에 먹는 게 좋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아주 명쾌한 해답을 들었다고 좋아했다.
이 책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는 1992년 12월 14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1992년 청소년을 위한 우리들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그 동안에 문학지에도 몇 편의 녹색작품을 발표하였다. 즉, 1990년 월간문학에 시조 '정자나무'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1991년에는 시조문학을 통해서 시조 '크낙새' '풍뎅이' '금붕어' 등을 선보였고, 월간문학을 통해서는 '화살나무'를 발표하였다.
1991년 6월에 주간신문인 '녹색신문'이 창간되었다. 나는 그 신문에 10년 동안이나 들꽃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했다. 그리고 '월간 에세이'와의 인연도 맺게 되어서 6회에 걸친 '한국의 민초' 이야기도 발표하였다. 나의 첫 시조집 ‘내 숨결 네 가슴 스밀 때’가 세상에 나온 것도 이 해였다.
1992년으로 접어들면서, 나는 아주 뜻깊은 체험을 하게 되었다. 1월 25일 'DMZ 및 인접지역 생태계 학술조사 위원회'가 발족되면서, 내가 그 위원회의 '문학반장'을 맡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함께 참가한 사람은 조류학자 원병오 교수, 식물학자인 이영로 박사, 곤충학자인 신유항 교수, 포유류학자인 윤명희 교수, 그리고 어류학자인 박기철 박사 등이었다. 생태조사 현장에는 박기철 박사를 대신해서 김익수 교수가 주로 참석했다.
나는 자연생태 조사를 목적으로, 1992년 3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철원 월정리와 대마리 지역'을, 1992년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 동안 '건봉산과 향로봉 지역'을, 1992년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 동안 '대암산․두타연․가칠봉 지역'을, 1992년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파평산․임진강․사미천 지역'을, 1992년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강화의 석모도․대송도․주문도 지역'을, 그리고 1992년 9월19일 하루 동안 '교동도 지역'을 돌아보았다.
특히 철원의 습지라든가 건봉산의 고진동 계곡, 대암산의 고층습원, 양구 북대골 내린천 상류의 두타연, 연천군 백학면 갈현리 일대의 사미천, 그리고 강화 지역의 무인도 등은 자연이 잘 살아 있어서 학술적으로도 아주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 해 '월간 에세이'로부터 '민통선 탐방기'를 6회에 걸쳐서 집필해 달라는 원고청탁이 있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내가 찍은 사진과 함께 그 기행문이 연재되었다.
1992년에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또 하나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월간잡지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12회 연재로 나무 이야기에 대한 원고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시조 한 수씩을 곁들여서 '구상나무' '붓순나무' '후피향나무' '녹나무' '다정큼나무' '노각나무' '음나무' '층층나무' '말채나무' '때죽나무' '쥐똥나무' '생강나무'의 이야기를 써서 발표했다. 또한, 사보 '금성 테크노피아'에 아포리즘 '나무에게서 배운다'를 6회로 나누어서 실었다.
더욱이 1992년 3월 22일 '주간여성'에서 '금주에 만난 작가' 난으로 나를 취재하여 정감 있는 글과 사진을 크게 실어 주었다.
1993년 1월10일, 나는 시집 '민통선이여, 그 살아 있는 자연이여'를 도서출판 '백상'에서 펴냈다. 책이 나오자, 곧 주간조선에서 '이 사람의 집념' 난으로 책의 내용을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독서신문에는 이 책의 서평이 실렸다. 이 책이 소개되고 나서, 1월 25일은 극동방송 '밤이 깊은 동산에서'에 출연하여 홍순관 씨와 대화를 나누었으며, 2월 21일에는 MBC 라디오의 '두고 온 산하'에 출연하여 차인태 씨와 대담하였다. 또 SBS 서울방송 라디오 '녹색시대'에서 나와의 대담을 취재하여 방송하기도 했다. 그 후, 1998년 5월에 도서출판 서민사에서 민통선 지역 생태조사에 대한 시와 기행문을 한데 묶은 '민통선 지역 탐방기'를 출간하였다. 그해 12월, 이 책은 환경부로부터 '1998년도 우수환경도서'에 선정되었다.
1993년에도 특기할 사항이 있다.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와 쌍을 이루는 산문집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를 펴낸 일이다. 이로써 나무 이야기뿐만 아니라, 들꽃 이야기도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5월 3일자 문화일보에, 그리고 5월 8일자 일간 '스포츠 서울'에 소개되었다. 이 책으로 해서, 나는 여성잡지 '퀸'으로부터 '들꽃 시인'이라는 또 하나의 애칭을 얻게 되었고, 잡지 '새농민'에서는 '사람과 사람들' 난을 통해서 '농부 시인'으로 불러 주었다. 아마도 이는, 내가 귤밭을 자영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또한, 문화일보를 통해서 시조 '콩제비꽃 그 숨결이'를 발표했고, 금성 테크노피아(홍보지)에 아포리즘 '나무에게 배운다'를 다시 선보였으며, '파주신문'에 '꽃 하나 시조 한 수'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 번에는 나무를 노래한 시조 작품만을 모아서 시집을 상재하고자 했다. 그래서 1994년 6월, 나는 100종 나무에 대한 작품이 담긴 시조집 '그대가 사는 숲'을 도서출판 '경원'을 통해서 펴냈다. 이 책은 모두 4장을 나뉘어져 있다. 제1장은 '봄을 노래하는 나무', 제2장은 '여름에 향기로운 나무', 제3장은 '가을에 아름다운 나무', 제4장은 '겨울을 깨우는 나무' 등으로 되어 있다.
1994년에 발표한 녹색 작품으로는, 순수문학에 시조 '뜸부기'를, 한국시조에 '우리 나무 앞에서', 자유문학에 '난초꽃 향기' 등이 있었다. 또 '현대' 홍보지에 '사라져 가는 들꽃'의 이야기를 연재한 것도 또 하나의 수확이었다.
1995년이 되었다. 이 해에는 우리나라 국립공원 20군데에 대하여 각각 장시조를 창작한 일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이 작품들을 계간 문예지 '시와 산문'과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홍보지를 통해서 발표하였다.
게다가 8월에는 중학교 1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기행문 '민통선 지역 탐방기'가 수록되었다. 나는 큰 보람을 느꼈다.
1995년에 재미있었던 일은, 내 시가 담긴 달력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 달력은 꽃 사진이 있고, 그 옆에 예쁘게 내 시를 써 넣었다. 달력 이름은 '야생화 꽃 숫자판'이라 하여, 홍일문화인쇄사에서 제작하였다. 이 해에 발표한 녹색시로는 '파주문학'에 '강물빛 고향', 시조문학에 '서산 팔봉산', 그리고 한국시조시인협회 연간집에 '구리 왕숙천 1995' 등을 꼽을 수 있다.
1996년, 나는 12회에 걸쳐서 삼성종합기술원 사보에 사진을 곁들인 '시'를 발표하였다. 이 해에 발표한 녹색시는 대략 다음과 같다. 즉, 2월 18일자 기독교 신문에 시 '즐거운 숲'을, 4월 7일자 복음신문에 '서둘러 숲으로 가면'을 발표하였다. 그 외에 9월 2일, 동숭동 '왕과 시' 소극장 사랑방 시낭송회에 참가하여 자작시 '위대한 화음'을 낭송하였고, 연간집에는 시화호 오염의 안타까움을 담은 작품 시조 '시화호'를 발표하였다. 또, 1996년 10월 파주시민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문학의 밤'에 참가하여 시 '임진강에서'를 낭송했다.
1997년 1월에 시집 '못생긴 모과'를 ‘시와 산문사’를 통하여 펴냈고, 3월에는 종교문화신문사에서 '자연 에세이'의 청탁이 있었다. 격주간 신문인데, 한번은 '식물 이야기'를 쓰고, 그 다음에는 '동물 이야기'를 100여 회 연재했다.
이 해에 발표한 녹색시는 '월간문학'에 '무제치늪을 생각하며', '시와 산문'에 '굴뚝새'를, '자유문학'에 '주남저수지'를, '시마을'에 '모내기'를, '문학과 의식'에 '고추와 농부'를, 그리고 민주신문에 '풀꽃으로 살다가' 등이 있다.
1997년 9월에 '시와 산문'사 사무실에서 한국녹색시인회를 재결성했다. 처음에는 1991년에 '녹색신문사' 사무실에서 몇 사람의 시인이 모여 '녹색시인회'를 조직하였는데, 그 동안은 활동이 미진하여 흐지부지 되었었다.
1998년 4월, 도서출판 서민사에서 산문집 '들꽃과 시인'을 펴냈다. 이 책에서는 모두 25명의 시인과 25종의 들꽃을 소개하였다. 다시 말해서 어느 시인이 어느 들꽃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지, 한 시인과 한 들꽃을 연결 지어 놓았다. 시인의 출생에서부터 가족과 성장과정 그리고 작품에 이르기까지, 어느 들꽃과 어느 시인이 어디가 어떻게 닮았는지를 밝혔다. 그리고 이어서 10월, 단수시조와 산문이 실린 '꽃은 예뻐서 슬프다'를 역시 '서민사'에서 펴냈다. 이 책은 '화초편'과 '화목편'의 2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기 75종의 화초와 화목에 대한 단시조와 전설이 담기어 있다. 여기에 수록된 시조 작품과 꽃 전설은, 그 동안 신문이나 잡지 등에 발표하였던 글들을 모아서 묶은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꽃에 대한 전설이 적다. 나는 안타까웠다. 그래서 '문주란'에 대한 꽃 전설을 창작했다. 1995년 11월, 맨 처음 이 전설은 월간 아동잡지인 'KBS TV유치원'을 통해서 동화 '꼬마와 문주란'으로 발표되었다. 또한, 시집 '치자꽃, 너를 만나러 간다'를 서민사에서 펴냈다.
1998년에는 월간문학에 시조 '음양고비'와 '겨울 숲에서'를, 문학춘추에 '솔밭 산책'을, 국회보에 '다례음복'을, 한국녹색시인회 사화집인 '시와 녹색'에 '연꽃' '무궁화' '난초개화' 등의 녹색시를 발표하였다. 11월 14일, 한국녹색시인회 주최로 인제문화원 강당에서 시낭송회가 있었다. 나는 간단히 회장의 인사말을 했고, 시 '연꽃'을 낭송하였다. 특히, ‘시와 산문’에 감성언어 연작인 ‘나무에게서 얻은 깨달음’을 연재하였다.
1999에 들어와서는 동방문학에 시조 '명상', 월간문학에 '삼림욕'과 '열매솎기', 자유문학에 '저 숲에 사는 그대', 문학공간에 '동쪽에서 흐르는 강', 그리고 시와 산문에 '동충하초', '나무의 잠', '그리운 고향산', '호박' 등의 시조가 게재되었다. 특별한 것이라면, 한국불교신문에 산문 '물고기가 살아가야 할 동강'이 실렸다는 정도이다.
2000년에 들어와서는 ‘월간문학’에 시조 ‘소리가 피우는 꽃’을 발표했고, ‘참여문학’에 시조 ‘김포 애기봉에서’와 ‘백마고지 전적지에서’를 발표했으며, 마로니에 청소년 백일장 심사를 보았다. 그리고 부안의 채석강을 비롯해서 선운사의 송악 및 동백을 둘러보고 온 일과 용두산에 있는 원시 동굴을 가 보았던 일, 그리고 월간 에세이에 서간문 '서귀포에 살고 있는 꽃치자에게'를 발표한 일 등이 기억으로 남는다.
2001년에는 생태시 쪽으로 관심을 가지려고 결심하였다. 그 첫 단계로 논설문 '녹색시란 무엇인가' '이성선 소론' 등을 동방문학에 게재하였다. 그리고 월간문학을 통해 시조 '잉어'와 '고양이'를 발표하였다. 또한, 참여문학에 자연 에세이 ‘엘니뇨 때문에 물개가 굶어 죽는다’ ‘줄기를 비운 갈대는 그저 자유롭다’ 등을 발표했고, 월간잡지 '영성의 샘'에도 자연 에세이 '매미와 소금쟁이' '종다리와 두루미' 등을 발표했다. 이 해에 시조집 '콩제비꽃 그 숨결이'를 펴냈다. 이는, 그 동안에 잡지 등에 발표한 작품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이 해에는 시집 '바람을 지휘한다'를 상재했다. 이 책은 이른 바 목시집(木詩集)이다. 나는 이 책의 서문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 목시는 내 신앙과 같은 것이다.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갈고 닦았다. 이 시들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관악산을 여러 번 올랐다. 나무를 만나면 만날수록 대화하고 싶어지며 의지하고 싶어진다. 이 세상 그 무엇이 나무만큼 너그러울 수 있겠는가. 주로 소나무 그늘 밑에 앉아서 여기에 수록된 시들을 다듬었는데, 그 때가 더없이 행복하였다.' 또한, 계간지 ‘참여문학’에 자연 에세이를 연재했고, ‘생각이 있는 창’에 ‘두 나무 이야기’를 연재했다. 특히 감동스러운 일도 있었는데, 평소에 내가 존경하는 이성교 시인으로부터 나는 ‘푸른 시인’(조선문단)과 ‘녹색 시인’(한국문학회)의 두 작품을 선물받았다.
또 2002년에 들어와서는 4월에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즉, 도서출판 컴픽스가 제작하고, 주식회사 컴픽스의 후원으로, 나의 시조와 산문집인 '국립공원기행'과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세상’이 출간된 일이다. 이는, 시인과 기업, 그리고 그 징검다리가 된 출판사 3자 합동의 '녹색 문집' 출간이라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그해 4월 28일, 자생식물 보존회 회원들과 충북 금수산으로 산행을 떠났다. 그러나 금수산은 입산금지여서 근처의 가은산을 오르며 생태조사를 실시했다. 우리는 그 곳에서 꽃이 핀 '족두리풀'과 '각시둥굴레', 그리고 '병꽃나무'와 '쇠물푸레나무'와 '고추나무' 등을 만났다. 그뿐만 아니라, 아름답게 싹을 내밀고 있는 '우산나물' '대극' '단풍취' '일월비비추' '개미엄마' 등을 목격했다. 특기할 것은, 그 능선을 따라 꼬리진달래가 분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해에 발표한 작품으로는, 월간문학에 ‘메밀밭을 베고 자면’ ‘남산이 코가 되어’ ‘재스민 차를 마시며’, 계간지 ‘시와 산문’에 ‘시조로 짚어 본, 내 슬픈 환경의식’, 그리고 시조문학에 ‘박새 한 마리’ ‘지구의 맑은 눈이’ 등이 있다. 또한, 자생식물보존회 회보지를 통해 ‘수정란풀’을 발표했다. 2002년은 내가 회갑을 맞는 해이다. 그 때문에, 딸과 아들로부터 CD로 제작된 회갑기념문집 '날개'를 선물 받는 기쁨을 얻었다.
2003년이 되었다. 나는 참여문학에 시조와 시작 노트를 곁들인 ‘내 사랑 야생조류’ ‘내 사랑 민물고기’ ‘내 사랑 자연생활’ 등을 발표했다. 또한, 참여문학의 자매 출판사인 '문예촌'에서 초시집(草詩集) ‘잡으면 못 놓는다’를 펴냈다.
그리고 주식회사 ‘컴픽스’에서 후원하고 도서출판 컴픽스에서 제작한 감성언어집 ‘나무’가 ‘국립공원기행’과 ‘내 사랑 녹색세상’에 이어서 3번째 비매품으로 출간되었다. 또한, 이 해에는 특기할 사항이 있는데, 다름 아닌 ‘상황문학 문인회’의 결성이었다. 그 동인지 창간호에 시조작품으로 ‘아침’ ‘무궁화가 피어난다’ ‘독도 일기’ ‘이름에 대하여’ ‘난초꽃 향기’, 그리고 자유시로는 ‘지팡이’ ‘위대한 화음’ ‘소나기 연가’ ‘함께 거니는 이’ ‘떠돌이 악사’를 발표했다.
2004년으로 들어서서는 1월에 참여문학의 자매 출판사인 ‘문예촌’에서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를 펴냈다. 참여문학에는 ’나의 외로운 방랑기‘ 등을 발표했다. 그리고 5월에는 도서출판 ‘컴픽스’에서 주식회사 ‘컴픽스’의 후원으로 녹색 산문집 ‘그 삶이 신비롭다’를 출간했다.
지금까지는 나무와 풀, 그리고 곤충이나 새 또는 물고기 등에 관심이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시인이라면 그 관심의 범위가 좁은 것은 좋지 못하다고 여겼다. 그러므로 2004년도를 기점으로 내 시선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이 해에 발간된 상황문학 2호를 통하여 시조 ‘넝마’와 ‘맷돌’ 등을 발표했고, 관악문학에는 ‘낙성대 그 임’과 ‘아침이 밝아 오면’ 등을 선보였다. 그리고 9월부터 인터넷문학신문에 녹색수필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2004년도에 창작하여 발표한 작품으로는 문학지 ‘개화’에 시조 ‘갈치에 대하여’ ‘화진포에서’, 동방문학 겨울호에 ‘금동반가사유상’ 등이 있다.
2005년도에 들어서면서 월간지 공간에 시조 ‘탈퇴’를 발표하였고, 이어서 한맥문학에 시조 ‘추어를 기리며’, 그리고 문학계 봄호에 시조 ‘터득’과 ‘진주’ 등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5월에는 주식회사 컴픽스의 후원으로 도서출판 컴픽스를 통하여 평론집 ‘들에는 꽃, 내 가슴에는 詩’가 출간되었으며, 8월에는 도서출판 코암데오에서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를 펴냈다.
앞으로는, 녹색문학의 길을 힘차게 걸어가면서 내 작품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하여 세상을 더욱 넓게 바라보고, 그에 따라 우리 인생의 아픔을 좀더 깊게 껴안는 일에도 인색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작품에 집착하기보다는 아름다운 삶을 이루기 위해서 좋은 벗들과 자주 어울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