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한 시조 120

돌단풍 웃다/ 김 재 황

(녹색 시인의 녹색 시조4) 돌단풍 웃다 김 재 황 높직이 포개 놓은 이게 무슨 집이냐고 휑하니 지난 후에 그 뒷길로 들어서니 도랑 돌 쌓은 틈새에 닮은꼴이 보인다. 따라도 엉뚱하게 가을 나무 물드는 것 이왕에 가질 바엔 넓은 잎을 고른다네, 뽐낼 건 다만 하나야 손바닥을 펼친다. 집이나 또 잎이나 사는 일이 크디큰데 어떻게 서 있든지 마음 가면 그만이지 저 하늘 살짝 살피고 겸연쩍게 웃는다. [시작 메모] 냇가의 바위 곁이나 바위틈에서 자라며 단풍처럼 생긴 잎이 달린다고 하여 ‘돌단풍’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여러해살이풀인데, 뿌리줄기가 굵고, 잎은 뿌리줄기 끝이나 그 가까운 곳에 한둘씩 비늘 모양의 작은 돌기에 싸여 나온다. 긴 잎자루 끝에 갈라진 단풍잎 같은 잎이 달린다. 꽃은 흰 바탕에 약간..

가지런한 시조 2020.05.31

조선소나무/ 김 재 황

(녹색 시인의 녹색 시조3) 조선소나무 김 재 황 높은 곳 올라서서 하늘에다 뜻을 얹고 구름이 가는 대로 느긋함을 타는 몸짓 따갑게 속 빈 햇살만 날아와서 꽂힌다. 덥거나 춥더라도 지닌 빛깔 잃지 않고 더 멀리 발돋움을 잇고 있는 마음자리 모질게 든 잠 깨우니 바늘잎이 빛난다. 산바람 솔솔 불면 그리움은 펄펄 날고 멀찍이 나앉아서 아무 소식 없는 그대 노랗게 저 먼 가슴에 송홧가루 퍼진다. [시작 메모] 원래 ‘소나무’는 ‘솔나무’라고 불렀단다. ‘솔’이란 ‘솔솔 부는 봄바람’에서 왔다고 해도 되겠다. 아니, 어쩌면 먼지를 털거나 닦을 때에 사용하는 ‘솔’을 연상하여 그 이름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그런가 하면, ‘수리’라는 말이 ‘나무 중에서 우두머리’라는 뜻이었는데, 그 ‘수리’가 ‘술’로 되었고 그..

가지런한 시조 2020.05.31

눈짓하는 제비꽃/ 김 재 황

(녹색 시인의 녹색 시조2) 눈짓하는 제비꽃 김 재 황 봄이면 들녘에서 보랏빛 눈 뜨는 꽃아 왜 너는 그 이름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겨우내 고운 꽃 소식 기다리고 있었다. 다섯 살 어린 딸과 봄놀이를 나갔다가 꽃핀 너 마주하고 예쁜 반지 떠올렸지 그 꽃이 믿음 하나를 반듯하게 지녔다. 줄기는 안 보이나 뿌리에서 돋은 잎들 꽃말이 무엇인지 찾고 보니 바로 사랑 앉아서 가슴 비우고 나도 꽃을 빚었다. [시작 메모] ‘제비꽃’이라는 이름이, 봄이 되면 제비가 강남에서 다시 돌아오듯 봄마다 이 땅의 들로 돌아오기 때문에 생겼으리라고, 나는 믿고 있다. 제비꽃은 별명이 많다. 제비꽃은 여러해살이풀로 원줄기가 없고 뿌리에서 긴 잎자루가 있는 잎이 돋는다. 그렇듯 낮게 꽃이 피어 있기에 ‘앉은뱅이꽃’이라고도 부른다. ..

가지런한 시조 2020.05.29

매화가 피고 지다/ 김 재 황

(녹색 시인의 녹색 시조1) 매화가 피고 지다 김 재 황 귀 시린 산바람이 먼 고개를 넘어가고 얼었던 저 냇물은 긴 숨결이 풀리는데 참 오래 기다림인 듯 꽃망울을 부린다. 드디어 만났을 때 반갑다고 고운 눈빛 볼 붉은 수줍음이 온 마음을 흔드느니 살며시 입 끝을 물고 꽃송이가 열린다. 두고 간 마음결을 동그랗게 굴려 가면 어느새 봄 자락이 줄타기에 오른 한낮 너무 큰 아쉬움 안에 꽃잎들이 내린다. [시작 메모] 봄에 피는 꽃으로는 ‘매화’가 으뜸이 아닐까 한다. 매화나무는 이른 봄에 서둘러서 꽃을 피운다. 게다가 그 꽃은 산뜻하고 은은한 향기까지 풍긴다. 일찍 꽃을 피우기 때문에 ‘조매(早梅)’라고 부르기도 하며, 추울 때에 꽃을 피운다고 하여 ‘동매(冬梅)’라고도 부른다. 그런가 하면, 눈 속에서도 꽃..

가지런한 시조 2020.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