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조 30편) 6. 눈물에 대하여 눈물에 대하여 김 재 황 무언가 어둠 속에 깨어짐을 당할 때면 저문 숲에 홀로 서듯 빈 가슴이 시려 와서 서럽게 눈이 젖는다, 저 미운 것 가물대게. 어쩌다 발에 밟혀 깨달음을 얻을 때면 둥근 달이 환히 웃듯 절로 마음 둥둥 떠서 기쁘게 눈이 젖는다, 이 고운 것 출렁대게. 시조 2009.06.27
(다시 시 30편) 26. 따스한 안개 따스한 안개 김 재 황 어둠이 걷히는 산봉우리에 숨결 더운 안개가 깔리고 있다. 하늘에 사는 별빛 숲에 내려서 눈물처럼 맺히고, 밤새 나눈 이야기 잎에 떨어져서 꿈처럼 젖고 있다. 고요한 길을 밟고 와서 외로운 창문을 두드리는 이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오를수록 험한 산골짜기라도 맨발로 뛰어 .. 시 2009.06.17
(다시 시 30편) 23. 눈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 김 재 황 비워도 무거운 가지에는 어둠이 밤새도록 친친 감기고 푸른 숨결 의지한 하늘에서 우수수 우수수 별들이 떨어진다. 살기는, 산바람 힘겹게 넘는 외진 산골짝 가파른 땅 산 뒤에 또 산을 두르고 하루하루 엮어 가는 나무들의 꿈 그래도 오늘은 눈이 내린다. 날리는 눈발 속에 새로.. 시 2009.06.13
(다시 시 30편) 8. 모두 젖는다 모두 젖는다 김 재 황 어둠에 잠기면 남몰래 하늘을 바라보며 읊고 있는 나무의 시를 듣는다. 너무나 시리다. 물결은 흘러가고 물소리만 남은 시 가지를 딛고 내린 달빛이 그 위에 몸을 포개고 시가 닿는 자리는 모두 젖는다. 시 2009.05.25
(다시 시 30편) 2. 어둠 밟는 달맞아꽃 어둠 밟는 달맞이꽃 김 재 황 밝고도 따뜻하게 어여쁘다. 눈물 같은 이슬 떨어진 자리에서 어둠을 밟고 피어나는 꽃 그 노란 얼굴을 들고 흰 소맷자락 날리며 달마중 나가는 여인의 모습 비록 꿈속에 사는, 구름 같은 한 조각 삶이라고 하여도 사랑만은 버리지 못한다. 스란치마 끄는 네 넓은 그리움을 .. 시 2009.05.17
(자선시 30편) 27. 숫된 새벽 숫된 새벽 김 재 황 안개를 밟고 산을 오른다. 고요에 싸여 있는 먼동 다듬어지지 않았으므로 들쭉날쭉한 가난한 나무들, 어둠을 벗고 숲이 일어서기도 전에 벌써 기침하는 산 울림만이 손끝에 남고 찬란한 느낌으로 무릎을 꿇는다. 그분은 눈빛 찬찬히 내려다보시는데 나는 내 마음밖에 드릴 게 없어.. 시 2008.10.22
(자선시 30편) 17. 우주음악 우주 음악 김 재 황 뜨거운 태양이 이제 풀의 머리 위를 지나가 버리고 바람도 쓸쓸히 떠나고 마지막으로 세상도 어둠에 묻히고 모두가 가 버린 지금 위대한 입술이 풀잎을 위하여 부는 피리 소리 떨리는 느낌으로 외롭게 만나는 우주 음악 내가 풀숲 곁을 걸어가고 내 마음이 풀잎 속으로 들어가고 산.. 시 2008.10.11
(자선시 30편) 13. 사랑놀이 사랑놀이 김 재 황 어디만큼 쏘아 올렸나. 우레 소리로 홰를 차고 날아가서 번개처럼 깃을 펴고 꽃피운다. 높이 뿌려놓은 별빛 밟으며 하나로 어우러져 춤을 벌인다. 눈빛 뜨겁게 마주 닿으면 차가운 가슴에도 불꽃이 필까. 저 하늘에 피가 돌아서 어둠의 갈피마다 꽃물 들이고 타다가 스러져서 별을 .. 시 2008.10.07
(자선시 30편) 9. 달빛 아래에서 달빛 아래에서 김 재 황 금강산과 손이 닿아 있는 성대리 언덕으로 달빛이 너무 많이 쏟아져서 길이 끊겼다. 어둠을 밟고 걸어가야 할 이 땅의 바쁜 사람들 우거진 풀숲처럼 서로 얽히어서 얕은 잠에 빠질 때 그는 달빛 아래에서 꽃을 빚으려고 몸을 살랐다. 길을 이으려고 시를 썼다. 시 2008.10.04
시6 대작하다 ―草詩․20 김 재 황 달이 몸살나게 떠오른다 친구는 먼 데 있고, 뜰에 나가 쇠비름 옆에 앉는다 너무나 적적하여 술 한 잔을 그에게 따라 준다 권커니 작커니 밤은 자꾸 깊어 간다 마침내 어둠이 비틀거린다 내가 취했나 그가 취했나 달까지 몽롱하게 멀어진다 시 200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