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 30편) 12. 흔들리지 않고는 흔들리지 않고는 김 재 황 흔들리기만 하는 풀들도 사실은 길을 가고 있다. 낮에는 노랗게 쓸린 햇빛의 길을 걷고 밤이면 하얗게 닦인 달빛의 ��을 걷는다. 걸어가며 허공에 찍어 놓은 안개 같은 발자국 함께 흔들리지 않고는 결코 딛을 수 없는 그 길. 시 2009.05.29
(자선시조 30편) 27. 내 마음에 발을 치고 내 마음에 발을 치고 김 재 황 나서기 좋아하니 꽃을 못 피우는 걸까 오히려 숨었기에 저리 환한 제주한란 그 모습 닮아 보려고 내 마음에 발을 친다. 햇빛도 더욱 맑게 조금씩 걸러 담으면 일어서는 송림 사이 산바람은 다시 불고 물소리 안고 잠드는 원시의 숲이 열린다. 반그늘 딛고 사니 모든 일이 .. 시조 2008.11.24
(자선시 30편) 14. 혈서 혈 서 김 재 황 세상을 더듬던 손가락 끝 가장 가려운 살점 베어낸 자리에서 전신의 아픔보다 더한 꽃이 핀다. 그늘진 쪽에 서서 몇 줌 스며든 햇빛에 눈멀지 않고 오직 순수하게 펼친 무명 위에 뜨거운 마음을 적는 아, 속으로 불붙는 나무의 모습 찬바람에 붉은 꽃이 진다. 빛나던 잎에 하나 둘 피가 .. 시 2008.10.08
경건함을 위하여 종소리 들리니 김 재 황 새롭게 살아난 물과 가슴 따뜻한 햇빛 내려 주시니 겨우내 잠들었던 씨앗들 이 세상 가장 부드러운 눈빛으로 깨어나서 옹알거리고 볼수록 앙증한 그 모습 바람도 불어와서 쓰다듬곤 했네. 몇 날 며칠을 장마는 줄곧 하늘을 적시고 땅을 적시고 가난한 마음까지 물빛이게 하다.. 빛을 향하여 2006.01.06
베품을 위하여 환한 모란 김 재 황 앞을 못 보시는 할머니 오히려 마음의 눈이 뜨이시어 온 세상이 환하다. 맑은 햇빛 날아드는 소리 들으시려고 날마다 창을 닦으시고 밝은 얼굴로 오는 발걸음 맞으시려고 마루를 열심히 닦으신다. 줄곧 비탈진 텃밭에 더듬어서 심어 놓으신 고추 몇 포기 매운 세상살이처럼 벌겋게 .. 빛을 향하여 200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