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악기론

제70절, '악'이 종묘의 가운데에 있어(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4. 3. 12:41

제70절 ‘악’이 종묘의 가운데에 있어

 是故 樂在宗廟之中 君臣上下同聽之 則莫不和敬 在族長鄕里之中 長幼同聽之 則莫不和順 在閨門之內 父子兄弟同聽之 則莫不和親 故樂者審一以定和 比物以飾節 節奏合以成文 所以合和父子君臣 附親萬民也 是先王立樂之方也(시고 악재종묘지중 군신상하동청지 칙막불화경 재족장향리지중 장유동청지 칙막불화순 재규문지내 부자형제동청지 칙막불화친 고악자심일이정화 비물이식절 절주합이성문 소이합화부자군신 부친만민야 시선왕립락지방야).

 “이렇기에 ‘악’(음악)이 종묘의 가운데에 있어 임금과 신하인 위와 아래가 함께 들으면 결국은 서로 응하고 삼가지 않을 수 없다. ‘족’(100호의 읍) ‘장’(500호의 읍) ‘향’(1만2천5백호의 읍) ‘리’(25호의 읍) 등의 가운데에 있어 나이 많은 사람과 나이 어린 사람이 함께 들으면 결국은 고분고분하지 않을 수 없다. 집안의 작은 문 안에 있어 아버지와 아들이나 형과 아우가 함께 들으면 결국은 서로 응하고 가깝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악’(음악)이란 ‘하나’(사람의 소리)를 자세히 살펴서 이로써 서로 응함(서로 응하는 소리)을 정한다.(심일이정화: ‘일’(一)은 사람이 소리. ‘화’는 조화된 소리. 사람의 소리를 자세히 살펴 조화된 소리를 정한다는 뜻. 대저 사람의 소리는 ‘하나’라고 해도 그 느낌은 다른데, 혹은 슬프고 즐겁거나 혹은 기쁘고 성남의 느낌이 있다. 그러므로 그 소리를 상찰하여 조화가 이룩된 곡조를 정해야 한다.) ‘물’(여러 가지 악기)을 비교하고 이로써 ‘절’(음절)을 아름답게 하며(장식하며) ‘곡조의 꺾이는 마디’(절주)가 모여서 이로써 ‘문’(善美함)을 이루어서 ‘아버지와 이들’이나 ‘임금과 신하’를 합하여 서로 응하게 하는 바인데 만민을 따르게 하고 가깝게 하는 것이다. 이는, 선왕이 ‘악’(음악)의 ‘방’(방도)을 세우는 것이다.” (녹시 역)

 ‘시조’의 경우- <“이렇기에 ‘시조 내용’이 나라의 가운데에 있어 윗사람과 아랫사람인 위와 아래가 함께 들으면 결국은 서로 응하고 삼가지 않을 수 없다. ‘족’(100호의 읍) ‘장’(500호의 읍) ‘향’(1만2천5백호의 읍) ‘리’(25호의 읍) 등의 가운데에 있어 나이 많은 사람과 나이 어린 사람이 함께 들으면 결국은 고분고분하지 않을 수 없다. 집안의 작은 문 안에 있어 아버지와 아들이나 형과 아우가 함께 들으면 결국은 서로 응하고 가깝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시조 내용’이란 ‘하나’(사람의 소리)를 자세히 살펴서 이로써 서로 응함(서로 응하는 소리)을 정한다.(심일이정화: ‘一’은 사람이 소리. ‘화’는 조화된 소리. 사람의 소리를 자세히 살펴 조화된 소리를 정한다는 뜻. 대저 사람의 소리는 ‘하나’라고 해도 그 느낌은 다른데, 혹은 슬프고 즐겁거나 혹은 기쁘고 성남의 느낌이 있다. 그러므로 그 소리를 상찰하여 조화가 이룩된 음조를 정해야 한다.) ‘물’(여러 가지 소재)을 비교하고 이로써 ‘절’(음절)을 아름답게 하며(장식하며) ‘음조의 꺾이는 마디’(절주)가 모여서 이로써 ‘문’(善美함)을 이루어서 ‘아버지와 이들’이나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을 합하여 서로 응하게 하는 바인데 여러 사람을 따르게 하고 가깝게 하는 것이다. 이는, 옛 작가가 ‘시조 내용’의 ‘방’(방도)을 세우는 것이다.”>

[녹시 생각]
 음악을 함께 들으면 서로 응할 수 있듯, 시조 내용도 함께 들으면 서로 응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그냥 흘려서 들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시조를 감상하는 요령도 있다. 
첫째는, 시조가 정형시이므로 그 형식에 얼마나 잘 맞게 지어졌는지를 살핀다. 파격을 하지 않고도 적중어(的中語)를 잘 사용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정말이지, 활자화되었을 때 시조 삼장(三章)이 우선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있어야 읽을 맛이 난다. 
둘째는, 그 작품을 쓴 장소나 풍경 및 시정 등을 헤아려 본다. 이를 앎으로써 작가와 호흡을 함께할 수 있고 그 감동을 더욱 진하게 얻을 수 있다. 
셋째는, 계절과 시각을 살펴본다. 어느 철이고 어느 때인지를 알게 되면 더욱 그 작품 속에 쉽게 빠져들 수가 있다. 
넷째는, 시조를 지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시조를 썼는지, 그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은 어떠한지 등을 알아본다. 이는, 아주 중요하다. 시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도 가짜가 있다. 시는 ‘픽션’(fiction)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럴 듯싶게 허구를 지어내기도 한다. 그러니 그 작품이 가짜일 수밖에 없다. 그런 시는 푸념이거나 넋두리에 불과하다. 
다섯째는, 시조의 중심 생각을 살펴보고 그 감정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알아본다. 시조는 3장 6구의 짧은 글이지만 그 안에는 그 작가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들어 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기쁨 또한 크다. 
여섯째는, 작품 속에 나오는 특이한 낱말을 만나는 즐거움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낱말에 대해 더욱 깊이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일곱째는, 시조의 운율을 생각하며 감정을 살려서 바르게 읊어 본다. 옛날, 장생포에는 ‘잡은 고래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들은 그 큰 고래를 별로 힘들이지 않고 작은 조각으로 해체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오랜 경험으로 고래의 살과 뼈의 구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자꾸 시조를 읽다 보면 저절로 시조의 골격과 내재율을 알게 되고 그에 따라 시조를 아주 멋지게 읊을 수도 있게 된다. 
여덟째는, 표현이 잘 되어 있는 곳(言短意長)을 여러 차례 거듭하여 읽는다. 그러면 더욱 묘미를 얻을 수 있다. 그게 시조와 더욱 가까워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말만 번드르르하고 내용은 별로 얻을 게 없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의 구절을 조심해야 한다. 
아홉째는, 시조를 읽고 감상문을 쓴다. 이를 계속적으로 실행하면 더욱 시조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슴 속에 지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