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절 '예'라는 것은 마음 밖에서 움직이는 것
樂也者 動於內者也 禮也者 動於外者也 故禮主其減 樂主其盈 禮減而進 以進爲文 樂盈而反 以反爲文 禮減而不進則銷 樂盈而不反則放 故禮有報而樂有反 禮得其報則樂 樂得其反則安 禮之報 樂之反 其義一也(악야자 동어내자야 예야자 동어외자야 고례주기감 악주기영 예감이진 이진위문 악영이반 이반위문 예감이불진칙소 악영이불반칙방 고례유보이락유반 예득기보칙락 악득기반칙안 예지보 악지반 기의일야).
“‘악’(음악)이라는 것은 마음속에서 움직이는 것이고, ‘예’(예절)라는 것은 마음 밖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고러므로 ‘예’는 그 ‘덜음’을 주로 하고 ‘악’은 그 ‘채움’을 주로 한다. ‘예’는 덜면서 앞으로 나가고, 앞으로 나아감을 가지고 ‘문’(善美하다는 뜻)을 삼는다. ‘악’은 가득 차서 돌아온다. 돌아옴을 가지고 ‘문’(善美)을 삼는다. ‘예’가 덜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곧 ‘소’(銷磨. 의로운 기운이 소침한 것)하고, ‘악’이 가득 차면서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곧 ‘방’.(放慢. 의로운 기운이 방만한 것)한다. 그러므로 ‘예’는 ‘나아감’이 있는데, ‘악’은 ‘돌아옴’이 있다. ‘예’가 ‘나아감’을 얻으면 곧 즐겁고, ‘악’이 그 ‘돌아옴’을 얻으면 편안하다. ‘예’의 ‘나아감’이나 ‘악’의 ‘돌아옴’은 그 뜻이 하나이다.” (녹시 역)
‘시조’의 경우- <“‘시조 내용’이라는 것은 마음속에서 움직이는 것이고, ‘시조 형식’이라는 것은 마음 밖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고러므로 ‘시조 형식’은 그 ‘덜음’을 주로 하고 ‘시조 내용’은 그 ‘채움’을 주로 한다. ‘시조 형식’은 덜면서 앞으로 나가고, 앞으로 나아감을 가지고 ‘문’(善美하다는 뜻)을 삼는다. ‘시조 내용’은 가득 차서 돌아온다. 돌아옴을 가지고 ‘문’(善美)을 삼는다. ‘시조 형식’이 덜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곧 ‘소’(의로운 기운이 소침한 것)하고, ‘시조 내용’이 가득 차면서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곧 ‘방’(의로운 기운이 방만한 것)한다. 그러므로 ‘시조 형식’은 ‘나아감’이 있는데, ‘시조 내용’은 ‘돌아옴’이 있다. ‘시조 형식’이 ‘나아감’을 얻으면 곧 즐겁고, ‘시조 내용’이 그 ‘돌아옴’을 얻으면 편안하다. ‘시조 형식’의 ‘나아감’이나 ‘시조 내용’의 ‘돌아옴’은 그 뜻이 하나이다.”>
[녹시 생각]
‘시조 형식’은 덜면서 앞으로 나가고, 앞으로 나아감을 가지고 ‘문’(善美)을 삼는다. 이는, 무슨 뜻일까? 아마도 ‘덜면서 앞으로 나간다.’라는 말은 앞으로 시조가 나아가는 방향이 ‘파격’ 쪽이 아니라, ‘기본형’ 쪽으로의 ‘정격’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래야만 더욱 ‘착함과 아름다움’을 베풀 수 있다는 말일 것 같다. 그리고 ‘시조 내용’은 가득 차서 돌아온다. 돌아옴을 가지고 ‘문’(善美)을 삼는다. 이는, 또 무슨 뜻일까? 세상이 갈수록 복잡해지니 ‘시조 내용’도 그에 따라 여러 느낌이 가득 차서 돌아온다는 말일 것 같다. 그 가득한 내용이 작품 속으로 돌아와서 독자와 소통한다. 그게 다양한 빛깔의 감동을 지니고 돌아왔을 때 ‘착함과 아름다움’을 베풀 수 있다. 그러므로 ‘시조 형식’의 나아감과 ‘시조 내용’의 돌아옴은, ‘베풂’을 이룬다는 면에서 그 뜻이 하나이다.
이러하니 시조를 짓는다는 일이 어렵다. 시조를 짓는 일은 적당히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직 그 일에 모든 힘을 다해서 영혼을 불사르지 않으면 안 된다. 시인은 시적(詩的)으로 생각하고 시적(詩的)으로 말하며 시적(詩的)으로 행동한다. 시인의 생활 자체가 곧 시(시조)다. 그러므로 당연히 시인은 돈을 모른다. 가난할 수밖에 없다. 가난하니 아픔이 있고, 아프니 시를 쓴다.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시를 쓰는 이유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그 아름다움을 노래함으로써 아름다운 영혼을 지니기 위해서이다.
마음이 가난한 영혼, 그 전업시인(專業詩人)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더 없이 아름다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한 마디로 말해서 시인이란 시(詩)와 결혼한 사람이다. 이왕에 부부가 되어서 가정을 이루었으면, 금슬 좋게 아들 딸 낳고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 결혼식 때에 모든 사람 앞에서 선서한 대로, 시인은 오직 시(시조)만을 사랑하고 아낄 일이다. 죽음이 나와 시(시조) 사이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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