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숨결 네 가슴 스밀 때] 편
농부 일기
김 재 황
땅 보고 하늘 보고 자라나는 산을 보고
시름을 깨워 놓고 춤을 추는 바람 소리
나무들 사이사이로 새떼 같은 안개여.
주둥이로 찍고 있는 자갈밭의 아침 햇살
손 부르튼 호미질에 먼 강물이 묻어오고
풋 열매 새콤한 맛은 해조음에 익는다.
입성마저 청명 앞에 열린 가슴 펄럭이면
겨드랑이 간질이는 은빛 깃이 절로 돋고
신바람 펄펄 날리며 풍악 잡던 모습이.
입 마른 초록 잎들 몸을 접고 잠이 들면
손끝마다 저린 듯이 별빛들의 아픈 얘기
선소리 오른 지붕에 오돌또기 깃든다.
톱 끝에 힘을 주면 날 끝에는 하늘 베고
태워 보낸 고향 소식 깊어지는 잔주름들
뒷동산 잠기는 논에 적막 가득 눕는다.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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