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놓은 가을 엽서] 편
나무의 잠
김 재 황
산안개 피어나면 홑겹 이불 두르고서
얕은 잠을 건너가는 잎사귀의 숨결 소리
힘없이 베갯머리에 지친 길이 쓰러진다.
바스락 기척에도 무너지는 그 울타리
사나운 산바람을 온몸으로 막아 내고
아프게 별빛이 박힌 밤하늘을 바라본다.
달빛이 다가와서 옛사랑을 들먹이면
꼬집힌 아픔같이 붉은 꿈의 속살 무늬
그래도 그 품속으로 원앙 한 쌍 날아든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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