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사람 내실적의/ 박 인 로
[원본]
사람 내실적의 부부갓게 삼겨시니
天定配匹이라 夫婦갓치 重할소냐
百年을 아적 삼아 如鼓瑟琴 하렷노라.
[역본]
사람을 만들 때는 부부같게 생겼으니
하늘이 맨 짝이라 부부처럼 무거울까
일생을 하루같이 살아 악기 타듯 지내리.
[감상]
박인로(朴仁老 1561~ 1642)는 조선 중기의 가사문학의 대가이자 무인이다. 자(字)는 ‘덕옹’(德翁)이고 호(號)는 ‘노계’(蘆溪) 또는 ‘무하옹’(無何翁)이다. 39세 때에 무과에 급제하여 만호(萬戶)로 부임했고, 41세 때에는 친구 한음(漢陰) 이덕형을 찾아가서 감을 대접받고 이 시조, 즉 ‘조홍시가’(早紅柿歌)를 지었으며, 45세 때 통주사(統舟師)로 부임하여 무인다운 기개의 ‘선상탄’(船上嘆)을 지었다고 전한다.
초장을 본다. 애초에 사람이 만들어질 때 부부가 같게 만들어졌다는 말인 성싶다. 과연 부부는 닮은점이 많다. 그래서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중장으로 간다. ‘천정배필’은 ‘하늘이 정한 짝’이라는 말이다. 하늘이 묶어 주었으니 그 무게가 얼마나 무겁겠는가.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종장을 본다. ‘백년을 아적 살아’는 ‘백년을 허루같이 살아’라는 말이다. 즉, ‘아적’은 ‘아침 저녁’을 나타낸다. ‘여고금슬’은 ‘북과 거문고와 같이’라는 뜻이다. 이를 나는 ‘악기처럼’이라고 풀이했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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