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외로운 바퀴벌레
김 재 황
오라고 안 했어도 어디든지 가야 하니
구석지고 눅눅한 곳 골라 밟는 어스름 녘
재빠른 걸음걸이에 그 한목숨 내맡긴다.
숨어서 사는 일이 무슨 죄가 되는 걸까
그냥 찰싹 엎드려서 숨을 죽인 처지인데
왜 모두 보기만 하면 죽이려고 드는 걸까.
울 줄도 모른다니 믿을 것은 그 날개뿐
묵은 먹물 듬뿍 찍어 이미 그린 얼룩무늬
오늘은 달 따러 간다, 장대 하나 지니고.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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