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외로운 바퀴벌레/ 김 재 황

시조시인 2024. 4. 22. 06:00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외로운 바퀴벌레

 

                                             김 재 황

 

오라고 안 했어도 어디든지 가야 하니

구석지고 눅눅한 곳 골라 밟는 어스름 녘

재빠른 걸음걸이에 그 한목숨 내맡긴다.

 

숨어서 사는 일이 무슨 죄가 되는 걸까

그냥 찰싹 엎드려서 숨을 죽인 처지인데

왜 모두 보기만 하면 죽이려고 드는 걸까.

 

울 줄도 모른다니 믿을 것은 그 날개뿐

묵은 먹물 듬뿍 찍어 이미 그린 얼룩무늬

오늘은 달 따러 간다, 장대 하나 지니고.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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