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1 잿빛 옷을 걸친 서어나무 김 재 황 사람은 누구나 자연에 안기기를 좋아한다. 봄이면 꽃을 찾아서 취하고, 가을이면 단풍을 만나서 젖는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서 마구 산과 들을 황폐하게 만든다. 마지막 안식처인 자연을 잃는다면, 과연 어디에서 병든 우리 영혼을 위안받고 치료.. 나무 2005.09.14
들꽃1 허리 꼬부라진 할미꽃 김 재 황 올 봄에도 할머니 무덤 가에 힘드신 숨결이 돋아났구나 나를 등에 업어서 키우시느라 굽으신 허리 여전히 지니셨구나 할머니는 지금도 응석둥이 나를 못 잊으시는가 이 봄내 온 산자락 다 밟으시며 내 이름 크게 불러, 날 찾으시는가 아, 그 흰 머리카락에 나는 공연히 .. 들꽃 2005.09.14
시5 혈 서 김 재 황 세상을 더듬던 손가락 끝 가장 가려운 살점 베어낸 자리에서 전신의 아픔보다 더한 꽃이 핀다 그늘진 쪽에 서서 몇 줌 스며든 햇빛에 눈멀지 않고 오직 순수하게 펼친 무명 위에 뜨거운 마음을 적는 아, 속으로 불붙는 나무의 모습 찬 바람에 붉은 꽃이 진다 빛나던 자리에 하나 둘 피가 .. 시 200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