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혈 서
김 재 황
세상을 더듬던 손가락 끝
가장 가려운 살점 베어낸 자리에서
전신의 아픔보다 더한 꽃이 핀다
그늘진 쪽에 서서
몇 줌 스며든 햇빛에 눈멀지 않고
오직 순수하게 펼친 무명 위에
뜨거운 마음을 적는
아, 속으로 불붙는 나무의 모습
찬 바람에 붉은 꽃이 진다
빛나던 자리에 하나 둘 피가 맺히고
결국 방울방울 떨어뜨리는 의식으로
분명한 외침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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