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에서
김 재 황
금강산과 손이 닿아 있는
성대리 언덕으로
달빛이 너무 많이 쏟아져서
길이 끊겼다
어둠을 밟고 걸어가야 할
이 땅의 바쁜 사람들
우거진 풀숲처럼 서로
얽히어서 얕은 잠에 빠질 때
그는 달빛 아래에서
꽃을 빚으려고 몸을 살랐다
길을 이으려고 시를 썼다.
(시작
노트)
고성군 성대리는 이성선 시인의 생가가 있는 마을이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난 지 일년이 되는 날, 그 곳에서는 그의 시비제막식이 거행되었다. 나는 여러 문우들과 그 자리에 참석했다. 시비가 선 자리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신선봉이 바라보인다. 그 봉우리는 금강산 줄기의 가장 남쪽에 속한다. 바로 그 산 아래 아담한 마을이 성대리이다. 이 마을에서 이성선 시인이 태어나고, 또 멀리 떨어져 있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홀로 다녔다. 그 당시, 그의 이름은 이진우(李珍雨)였다. 그 후, 수복지구 호적복원에 따라 이성선(李聖善)으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 그의 생가는 시비가 세워져 있는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아담한 기와집이다. 한지 살문이 눈길을 끈다. 이 살문에는 나무와 산그림자가 걸려 있곤 한다. 그가 떠나고 없는 이 세상, 그가 머물던 집 한 채가 더욱 쓸쓸함에 잠겨 있다.
이성선 시인은 평소에 생가가 있는 이 마을을 자주 들렀을 성싶다. 왜냐 하면, 그의 부친께서 비무장지대 너머에 계시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로는, 그가 아홉 살 때에 아버지와 헤어졌다. 그래서 성대리는, 그가 찾아간 다음, 꽃으로 떠서 들여다보는 강물이 되었다. 그 지방에는 메밀이 많이 생산된다. 그 곳 농토는 척박한 편이고, 그 어려운 삶을 나타내고 있는 듯한 메밀꽃이다. 하지만 그 곳 사람들은 순박하기 이를 데 없다. 달빛을 가득 머금고 산다. 그리고 밤이면 우거진 풀숲처럼 얽히어서 얕은 잠에 빠진다. 이성선 시인은 달을 벗으로 삼았다. 그는 마지막 시집 ‘우주가 내 몸에 손을 얹었다’를 그 평생친구인 달에게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