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1345

단시조 3수

새벽 출근 김 재 황 칠순을 넘겼어도 할 일이야 꼭 해야지 주간에 두 번인데 첫새벽에 나서는 날 젊음을 다시 찾은 듯 발걸음도 힘차다. (2016년) 어떤 일이든지 김 재 황 나에게 어떤 일이 맡겨지게 되었다면 하늘이 알맞다고 여긴 일이 아니겠나, 기쁘게 힘을 다하여 끝마쳐야 한다네. (2016년) 탕보체의 꿈 김 재 황 일 년에 겨우 넉 달 내보이는 맨땅인데 금값의 두 배라는 귀한 몸이 숨어 있네, 누구나 그 눈 밝으면 찾게 되는 꿈이여.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2.01

단시조 3수

큰길과 작은 길 김 재 황 큰길로 차가 가고, 작은 길엔 온갖 사람 제각기 길에 따라, 오가는 게 옳을 텐데 아뿔싸, 이를 어쩌지 가야 할 길 아니야. (2016년) 추운 날의 외출 김 재 황 입은 옷 두툼하게 검은 모자 눌러쓰고 얼음 길 조심조심 느린 걸음 옮기는데 두 손은 빼고 가라고 마누라가 이른다. (2016년) 피카소 마음 김 재 황 물고기를 잡아먹고 남긴 뼈만 고스란히 안쓰럽게 보기보다 아름답게 보는 마음 모두가 화살표처럼 저 앞으로 달려간다.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1.31

단시조 3수

시(詩)라는 것 김 재 황 그 어찌 마음대로 시를 쓸 수 있겠는가 하늘이 하는 말을 내가 그저 받아쓸 뿐 덜 되고 모자람이야 모두 내 귀 탓이다. (2016년) 만남은 셋이서 김 재 황 해 속에 살아 있는 삼족오를 잊지 않고 숲 안고 솟아 있는 정족산을 보는 듯이 셋이서 걸어가는 길 곧고 넓게 정 깊다. (2016년) 고요한 평화 김 재 황 새파란 저 하늘은 넓고 깊게 열려 있고 새하얀 저 구름은 길고 길게 줄을 짓네, 바람도 불지 않아서 맑게 멎은 이 평화!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1.30

단시조 3수

커피 한 잔의 행복 김 재 황 아직은 잠긴 자리 다가가기 어려운 때 기다란 길거리에 엷은 어둠 꽉 찼는데 느긋이 홀로 앉아서 씁쓸한 맛 즐긴다. (2016년) 떠나는 삶 김 재 황 멈춘 듯 보이지만 어지럽게 돌아가고 도는 듯 여기지만 고요하게 멈추느니 삶인 듯 믿으면서도 고달프게 떠난다. (2016년) 즐기는 여생 김 재 황 숲 그늘 그 아래에 초한지가 들썩인다, 장군이야 멍군이야 달려들고 도망친다, 그까짓 잘난 승패야 하늘 뜻에 맡긴다.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1.29

단시조 3수

다른 세상 김 재 황 맑은 물 끊임없이 솟아나는 그 웅덩이 송사리 몇 마리가 꼬리치며 사는 터전 넌지시 들여다보니 또 한 꿈이 열렸다. (2017년) 사는 일에 대하여 김 재 황 산다는 그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거늘 사는 게 어렵다고 한탄하면 안 되느니 힘드니 힘껏 살아 볼 일이라고 여겨라. (2017년) 우체국 앞을 지나며 김 재 황 그리운 벗에게서 편지 한 장 받고 싶다, 눌러 쓴 글자마다 그 마음을 담은 편지 반갑게 받기만 해도 그가 한 말 들리는.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28

단시조 3수

밤중에 글 쓰다 김 재 황 자다가 깨고 나면 다시 자기 어려워라, 이 생각 저 생각에 뒷머리만 지끈지끈 차라리 책상다리로 시조 한 수 짓는다. (2017년) 의사에 대하여 김 재 황 앓는 이 낫게 하는 그 베풂이 크디큰데 왜 그리 높은 자리 앉으려고 애를 쓰나, 참된 뜻 잃은 다음엔 돈 앞에서 손드네. (2017년) 숲을 보며 김 재 황 갖가지 나무들이 키를 재며 사는 거기 스스로 그러하게 모인 모습 보기 좋고 새들도 어울려 노니 노래 가득 담긴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27

단시조 3수

조용한 감옥 김 재 황 바람이 안 부니까 소리조차 안 들리고 어둠이 깊으니까 수렁 깊이 빠지는 길 한밤에 잠도 서니까 거기 그만 갇히네. (2017년) 별들과 함께 김 재 황 밤중에 나가 보면 하늘에서 빛나는 별 말없이 말을 주면 가슴에도 머무는 별 별들과 함께 걸으면 어느 마을 닿을까. (2017년) 입춘대길 김 재 황 설날이 지나가니 손이 먼저 서두르고 붓끝을 움직여서 내보이는 네 글자여 대문에 철썩 붙이면 바람같이 오려나.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26

단시조 3수

『북 치며 나팔 불며』 편 자신감 얻다 김 재 황 요즘에 오줌 줄기 가늘다는 하소연에 한약방 데려가서 치료제를 구해 주는 벗이여 그대 우정에 자신감을 얻었소. (2017년) 술과 전봇대 김 재 황 어제는 술에 절어 전봇대에 쉬하더니 오늘은 술에 곯아 전봇대에 절하는군, 전봇댄 놓아주어라 술이 바로 원수다. (2017년) 뉴트리아 김 재 황 팔려 온 몸이지만 풀어 주어 많아지고 쥐보다 훨씬 크나 물갈퀴를 지닌 녀석 그 악명 높아졌어도 담 때문에 망한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25

단시조 3수

홀로 웃다 김 재 황 내 손을 본 친구가 예쁘다고 말했다네, 글 짓는 사람이니 고운 손이 당연치만 몇 번을 확인해 보며 마음으로 웃는다. (2017년) 부러운 다람쥐 김 재 황 가으내 도토리를 가득 모아 두었으니 따뜻한 굴 안에서 꿈나라에 들었겠지, 추위가 깊은 날이면 부럽기만 하단다. (2017년) 세탁소 앞을 지나며 김 재 황 더러운 남의 옷을 깨끗하게 빠는 직업 이보다 더한 베풂 찾아보기 힘들 거야, 검은 일 희게 만드는 세탁소도 있기를.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24

단시조 3수

추위와 싸우다 김 재 황 두툼한 목도리로 약한 목을 감싸 놓고 찬바람 들지 않게 입마개도 하고 나면 웬만한 추위 하나쯤 물리칠 수 있으리. (2017년) 손전화에 대하여 김 재 황 전에는 없는 대로 불편 없이 살았는데 손에서 놓지 않고 하루 내내 함께하니 이제는 눈에 안 뵈면 불안해서 찾는다. (2017년) 부자 사이에 김 재 황 아무리 급하여도 돈을 꾸면 안 되는 법 갚으면 믿음 되고 안 갚으면 불신 된다, 차라리 그냥 주는 게 좋은 일이 되건만.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