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1345

단시조 3수

황룡사 치미 김 재 황 지붕을 바다 삼고 큰 날개를 펼치어도 어느덧 구름 안는 신라 역시 섬이거니, 하늘길 훨훨 날아서 오래된 절 찾는다. (2016년) 말 아닌 청동마 김 재 황 바람을 가르는 게, 네가 갖는 기쁨이고 벌판을 달리는 게, 네가 사는 모습인데 뒷발을 멈추는 순간, 너는 네가 아니리. (2016년) 정자에 앉아서 김 재 황 젊을 땐 누구나 다 많은 그물 지니지만 모든 이 늙게 되면 통발마저 버리게 돼 빈 바람 차는 가슴에 비린 꽃이 환하다.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3.03

단시조 3수

그림에 대하여 김 재 황 느낌이 크고 크면 붓을 들게 마련이고 붓방아 이리저리 춤사위로 가는 그 길 길이야 발로 가야지 말을 타면 되겠나. (2016년) 나라가 나아갈 길 김 재 황 위쪽은 늘 늪인데 그 나머진 바닷물이 징검돌 닮은 땅에 설한풍도 잦은 여기 스스로 힘을 길러야 살아갈 길 열리리. (2016년) 광개토대왕비 김 재 황 지금은 잃은 땅에 남아 있는 꼴이지만 그 옛날 씩씩하게 바람 타던 모습이여 꿈에서 만나던 돌을 이 가슴에 세운다.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3.02

단시조 3수

지붕의 의미 김 재 황 그 아래 놓인 자리 이른 이슬 곱게 막고 그 기둥 세운 사이 바른 바람 들게 하니 이 독립 깊고 큰 뜻이 여기 가득 담겼네. (2016년) 구멍 타령 김 재 황 젖 먹는 애벌레가 구멍에서 왜 나오나. 이쪽과 또 저쪽이 다른 것은 구멍인데 구멍을 잘못 나오면 괴로운 삶 따른다. (2016년) 가난한 전업 시인 김 재 황 시라면 오직 힘껏 몸을 닦는 손짓인데 돈하고 멀찌감치 가까워도 안 되는 것 배고픔 참은 후에야 그 가슴에 꽃핀다.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3.01

단시조 3수

이 세상이 나를 김 재 황 나쁨을 나타내는 미세 먼지 높은 수치 다시 또 답답하게 써야 하는 마스크여 살기도 쉽지 않건만 아예 목을 조르네. (2016년) 함께 있기에 김 재 황 하늘이 푸른 건가, 내 마음이 푸른 건가. 벗들과 걷는 길이, 함께 가니 좋은 길이 낮에도 그 먼 밤에도, 환할 것만 같구나. (2016년) 꽃으로 피어난다 김 재 황 나라를 나타내는 우리 뜻이 드는 깃발 일시에 일으키니 바람 타고 피어난 꽃 하늘로 흔드는 손짓 푸른 나비 부른다.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2.28

단시조 3수

행복한 잠 김 재 황 누우면 잠이 들고 눈을 뜨면 아침일 때 그게 곧 행복인 줄 이제 나는 깨달았네, 옆에서 코 고는 소리 부럽다가 또 밉다. (2016년) 분수를 보며 김 재 황 위에서 저 아래로 흐르는 게 물이라면 밑에서 저 하늘로 솟는 것은 마음이지 길에서 착한 물에는 뜻을 두지 말거라. (2016년) 사람이란 글자 김 재 황 추레한 늙은이가 빈 거리를 쓸고 있네, 쓸다가 빗자루에 기댄 채로 쉬고 있네, 둘이서 쉬는 동안에 한 글자가 쓰이네.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2.27

단시조 3수

저 구멍 너머 김 재 황 뻥 뚫린 자리에서 강물 빛깔 내비치니 몸 살짝 넘어서면 다른 세상 열렸을지 그럴 땐 허허 웃으며 첫걸음을 밟으리. (2016년) 마음의 날개 김 재 황 저 하늘 맑은 듯이 내 마음을 비우라니 차라리 날 수 있게 빈 날개를 지니리라, 이 몸이 지는 날에도 맴을 돌며 가리라. (2016년) 힘든 세상살이 김 재 황 서른 살 먹었으면 일어서야 하는 건데 요즘엔 그 나이에 혼자 서기 어렵다네, 갈수록 세상 살기가 어찌 이리 힘든가.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2.26

단시조 3수

선선한 아침 김 재 황 일찍이 일어나서 내 가슴을 맑게 하고 새롭게 새 일하러 발걸음을 옮길 때면 이 여름 더운 하루도 선선함을 내준다. (2016년) 다지는 마음 김 재 황 적어도 내 집에서 짐은 되지 말아야지 좋은 곳 다니려면 아픈 데가 없어야지 하루에 수백 번도 더 되새기며 사느니. (2016년) 신호등을 보며 김 재 황 가는 길 바쁘다고 서로 먼저 가노라면 끔찍한 부딪침을 일으킬 게 당연한 일 빨간 불 나타나거든 가지 말고 서거라.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2.25

단시조 3수

『북 치며 나팔 불며』 편 나들이 전철에서 김 재 황 천안을 들렀다가 마음 편히 돌아올 때 초로의 여인네가 남편 푸념 쏟고 마네, 말 적은 집사람이야 저런 일은 없겠지. (2016년) 토성을 바라보며 김 재 황 마음을 다지면서 쌓아 올린 흙이려니 사납게 몰려와도 물리치고 말았을 터 뜨거운 그때의 외침 파릇파릇 돋는다. (2016년) 미국에서 온 손님 김 재 황 이민 간 처남 얼굴 떠올리면 아득한데 두 조카 결혼해서 아들과 딸 데려왔네, 세월이 이리 빠르니 늙는 줄도 모르고.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2.24

단시조 3수

일하러 가는 날 김 재 황 네 시가 되자마자 괘종시계 크게 울고 깊은 잠 깨어나니 창문 밖은 어둑한데 아내는 밥상 차리며 반쪽 하품 깨문다. (2016년) 삶은 고갯길 김 재 황 산길을 땀 흘리며 앞만 보고 걸어가네, 고개를 넘어서면 막아서는 또 한 고개 안개가 앞을 가려도 쉬지 않고 간다네. (2016년) 아고라 피아니스트 김 재 황 악보에 맞추어서 꼭꼭 짚어 나간다만 느낌을 모르는데 듣는 맛이 나겠는가, 짜놓은 그대로니까 마음 어찌 통하랴.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2.23

단시조 3수

가슴에 남는 것 김 재 황 지쳐서 주저앉아 쉬고 있는 내 앞으로 다가온 그 소녀는 대여섯 살 정도인데 말없이 선뜻 내미는 사과 하나 그것이. (2016년) 자유에 대하여 김 재 황 어릴 때 조이고서 어른 되면 풀어야지 어른을 묶으려면 그 모두가 힘이 든다, 자유는 참음을 딛고 곱게 피는 꽃이네. (2016년) 우산을 들고 김 재 황 비가 더 오겠는지 아예 그만 그쳤는지 좀처럼 개지 않는 저 하늘을 바라보며 슬며시 우산 챙기니 마음 먼저 늙었나.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