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1411

단시조 3수

[북 치고 장구 치며] 편 나뭇잎 앉다 김 재 황 바람이 쌀쌀하니 그 자리가 쓸쓸하고 낮때가 지났어도 나그네는 안 머무네, 가벼운 가랑잎만이 앉아 있는 가을날. (2016년) 풍경이 울다 김 재 황 바람이 불 때마다 들려주는 그 종소리 무언가 더 가까이 이르시는 그 목소리 가슴에 물길을 열며 회귀하는 그 소리. (2016년) 오늘은 냇물에 김 재 황 걷는 게 무겁기에 땀도 많이 나올 테고 꼭 맞는 신발이라 냄새 또한 심할 테니 흐르는 그 냇물에서 두 발 싹싹 씻겠다.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4.28

단시조 3수

[북 치고 장구 치며] 편 에스컬레이터 유감 김 재 황 가만히 서 있으면 올라가고 내려가니 늙은이 쓰기에는 그런대로 쓸 만해도 다리가 약해지는 걸 어찌하면 좋으냐. (2016년) 수표교를 보며 김 재 황 다리에 금을 긋고 그 깊이를 가늠한 건 물길을 잘 알아야 다스릴 수 있기 때문 성나서 콸콸 흐를 때 어질 그는 누굴까. (2016년) 마음이 그린 그것 김 재 황 뭐 보고 놀란 후에 나무 보고 놀랐는데 두 눈에 보이는 것 정말 아닌 헛것이듯 내 마음 나도 모르게 속된 그림 그리네.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4.27

단시조 3수

[북 치고 장구 치며] 편 묵비권은 답답하다 김 재 황 그 입은 꾹 다물고 그 머리는 도리도리 두 눈은 끔벅끔벅 두 귓전은 말 듣지만 딴전을 보는 건 기본 아주 넋을 놓기도. (2016년) 가을 산책 김 재 황 하늘이 멀게 되니 소나무는 더 푸르고 바람을 놓아 주는 장충공원 휑한 정자 멀찍이 마음만 주고 다시 길을 떠난다. (2016년) 청와대를 보며 김 재 황 왜 빨리 못 하는지 기자들을 불러 놓고 모두 다 밝힐 테니 물으라고 말하는 거 궁금증 풀고 난 뒤에 회초리도 안 늦다. (2016년 11월 26일)

오늘의 시조 2022.04.26

단시조 3수

[북 치고 장구 치며] 편 방안에 앉았어도 김 재 황 넌지시 오솔길이 나오라고 손짓하면 마음은 부리나케 빈손으로 내달리고 시원한 산들바람도 귓바퀴를 맴돈다. (2016년) 탈춤을 벌이다 김 재 황 오늘은 내가 아닌 남이 되어 노니는데 얼굴을 푹 감추고 긴 소매를 내뻗으면 아픔도 미운 사랑도 빙글 돌며 풀린다. (2016년) 물처럼 사는 법 김 재 황 무겁게 괴로울 땐 밖에 나가 어울려라 가볍게 외로울 땐 길만 보고 걸어가라 마음이 하자는 대로 그냥 몸을 맡겨라.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4.25

단시조 3수

[북 치고 장구 치며] 편 말에 대하여 김 재 황 빠르게 도망쳐서 그 목숨을 살렸지만 어디든 잘 뛰니까 올라타고 달리는데 남보다 앞선다는 게 올가미가 되었지. (2016년) 진실에 대하여 김 재 황 감추면 감출수록 뾰족하게 갈리는 것 성내듯 서두르면 송곳으로 찌르는 것 반드시 보름달처럼 밝혀지게 되는 것 (2016년) 반드시 봄은 오고 김 재 황 느긋이 빛을 안고 겨울 길을 가노라면 환하게 꽃이 피는 봄 마을에 다다르고 냇물을 타고 오르는 붕어 떼도 만난다.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4.24

단시조 3수

[북 치고 장구 치며] 편 뿌리 내리다 김 재 황 끊어진 풀 한 줄기 가져다가 물을 주니 남몰래 가는 뿌리 긴 가닥을 밀고 있다, 어디든 발을 뻗으면 제 고향이 되는 듯. (2016년) 다만 세월이 김 재 황 흰머리 보이는 게 자랑할 일 아니지만 남 앞에 서더라도 기죽을 일 아니라네, 세월이 그저 그렇게 물들인 일 아닌가. (2016년) 둥둥 다리 위에서 김 재 황 물고기 그 눈에는 여러 꽃이 어여쁠까, 물고기 그 입에는 모든 꿀이 달콤할까, 노니는 물고기에게 묻고 싶은 그 세상.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4.23

단시조 3수

[북 치고 장구 치며] 편 길 위에 길 김 재 황 들에는 여러 꽃이 마주 보며 노래하고 세상에 길 위에는 다른 길이 달려가니 모두가 어울리는 것 고운 꿈을 엮는다. (2016년) 길 위에 길 김 재 황 들에는 여러 꽃이 마주 보며 노래하고 세상에 길 위에는 다른 길이 달려가니 모두가 어울리는 것 고운 꿈을 엮는다. (2016년) 홍시를 먹으며 김 재 황 익어서 물렀는데 어찌 그리 달콤하고 넘기니 든든하여 늙었어도 칠칠할 듯 어둡던 마음자리에 작은 불이 켜진다. (2016년) 눈감은 밤바다에 나라가 어두워서 촛불 켜고 앉았는가, 눈감은 밤바다에 저 빛들이 꽃피웠네, 하늘도 깨어 있으니 거짓말을 밝혀라. (2016년 11월 12일) 홍시를 먹으며 익어서 물렀는데 어찌 그리 달콤하고 넘기니 든든하여 늙었어도 ..

오늘의 시조 2022.04.22

단시조 3수

[북 치고 장구 치며] 편 나쁜 버릇 김 재 황 입에서 나오는데 검정 빛이 묻었으면 무언가 숨기려는 나쁜 뜻이 담겼느니 거짓말 자꾸 뱉으면 버릇으로 굳는다. (2016년) 좋고 싫음이 김 재 황 더위가 몰려들 때 짙은 그늘 찾더니만 추위가 밀려들 땐 쬐는 햇볕 찾아가니 세상에 좋고 싫음이 때에 따라 있군요. (2016년) 울화병 걸리다 김 재 황 나라를 흔드는 게 어김없이 또 거짓말 모두를 속이려니 환한 일도 모르는 척 잘못을 벌주지 않는 그 사람들 때문에. (2016년 11월 5일)

오늘의 시조 2022.04.21

단시조 3수

[북 치고 장구 치며] 편 물에서 놀다 김 재 황 돌 위에 올라서서 흐르는 것 바라보면 잡힐 듯 그리움이 꼬리 치며 나타나고 아무리 외면해 봤자 자꾸 눈길 따른다. (2016년) 세상에 이런 일이 김 재 황 사람만 어려운 일 있는 것이 아니란다, 벼랑에 매달려서 웃고 사는 풀도 있다, 어디에 마음 두는가 다만 그게 문제다. (2016년) 쉬는 시간 김 재 황 열심히 일한 만큼 안긴 것이 아늑한데 조금만 깃을 펴도 점점 깊이 빠져들고 스르륵 졸음이 와서 옅은 꿈에 젖는다.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4.20

단시조 3수

[북 치며 장구 치며] 편 참된 말씀 김 재 황 깨끗이 그 마음을 비워 내지 않고서는 날마다 닦더라도 빛이 날 수 있겠냐고 도자기 놓인 그대로 나를 보며 말하네. (2016년) 배 한 척 김 재 황 도도히 ‘돛’을 걷고 맨몸으로 머문 가을 단단히 ‘닻’을 놓고 물가에서 안는 하늘 ‘배’라는 이름 하나가 사람 마음 찌른다. (2016년) 모자를 눌러 쓰면 김 재 황 들뜨던 내 마음이 차분하게 내려앉고 안개가 걷히면서 자리 잡는 아침인데 멀찍이 바라다보는 바다 눈이 뜨인다. (2016년)

오늘의 시조 202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