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조 3수 꼬끼오 김 재 황 힘차게 목을 빼고 새 아침을 알리는데 드높은 그 외침에 잠든 이가 깨어나네, 서둘러 남을 이끄니 멋진 벼슬 얻었지. (2017년) 할아버지 같은 산 김 재 황 산으로 올라가면 딛는 보람 있겠지만 산속에 안긴다면 모든 근심 사라지지 산이란 모셔야 하는 할아버지 같다네. (2017년) 산양 예찬 김 재 황 오로지 가는 길은 깎아지른 벼랑이고 높직이 올라가선 그 아래를 살피는데 바람에 수염 날리니 선비와도 같구나.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22
단수 시조 3수 활처럼 익히면 김 재 황 좀 질긴 고무줄을 늘였다가 쏘는 그것 철없이 어렸을 때 갖고 놀던 총이지만 날마다 손에 익히면 몸과 마음 닦인다. (2017년) 가장 큰 덕담 김 재 황 설날에 절을 받고 돈 대신에 내주는 말 들으면 잠깐 좋고 걸어 두면 오래 좋고 모두가 건강하여라 그 큰 덕담 긴 자리. (2017년 1월 28일) 트로우 데 페르 김 재 황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닥으로 가려는 것 쉽사리 갈 수 없는 아래쪽을 보려는 것 마음이 시키는 대로 그 목숨을 거는 것.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21
단시조 3수 겨울비 맞으며 김 재 황 날씨가 추웠다가 풀어지니 비가 오듯 미운 일 있었어도 풀어내면 눈물겹다, 가슴에 측은한 마음 지니고서 살기를. (2017년) 누구나 가슴에는 김 재 황 누구나 그 가슴에 넓은 사막 펼쳐졌고 어딘지 깊은 곳에 온갖 보화 묻혔지만, 캐려고 맘먹게 되면 모래 안에 갇힌다. (2017년) 타클라마칸 김 재 황 모래땅 무덤에서 긴긴 잠에 빠진 여인 길게 난 속눈썹이 꿈꾸듯이 살아 있다, 사막이 그 긴 세월을 토닥거려 줬기에.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20
단시조 3수 눈 맞은 반송 김 재 황 한겨울 깊은 밤을 모진 추위 견디면서 푸른 빛 지키고자 어려웠을 그대 걸음 소복이 흰 눈 맞으니 흰머리가 되었네. (2017년) 이를 닦다 김 재 황 웃을 때 고운 것은 가지런한 모습이고 아플 때 참는 것이 어렵다면 첫째라네 오늘도 잘 지키려고 칫솔질을 맨 먼저. (2017년) 낙상 조심 김 재 황 늙으면 얼은 길을 가장 먼저 조심할 것 그 걸음 잘못 딛고 넘어지면 정말 큰일 뼈까지 부러진 후엔 바깥 구경 못 한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19
단시조 3수 눈 위에 글 쓰다 김 재 황 아침에 눈을 뜨면 온 마음이 희디희게 이웃에 하는 말을 이 눈처럼 깨끗하게 날마다 내딛는 길로 내 숨결을 새롭게. (2017년 1월 13일) 새 발자국 김 재 황 눈 위에 또렷하게 찍혀 있는 새 발자국 잠 깨자 그 어디로 무얼 하러 떠났는가,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안부 편지 적었네. (2017년) 한파 오다 김 재 황 이럴 땐 이불에서 나오기가 영 싫은데 미련한 곰이라고 말한 사람 그 누구냐. 온 밖이 얼어붙으니 잠만 자고 싶구나.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18
단시조 3수 세상에 홀로 김 재 황 눈앞이 핑 돌아도 누가 나를 돕겠는가. 스스로 못 선다면 쓰러지게 되어 있지 손안에 있지 않으면 믿어서는 안 되네. (2017년) 어젯밤 내린 눈 김 재 황 어두운 하늘에서 어둠 딛고 내린 저 눈 열리는 이 아침에 이 세상을 밝게 덮고 새롭게 내 길 가라고 내 마음에 이른다. (2017년) 국립중앙박물관 앞에서 김 재 황 새해가 밝고 나서 처음으로 만나는 날 이 세상 새하얗게 고운 눈이 내렸는데 모처럼 벗들이 함께 살펴보는 옛 역사.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17
단시조 3수 바람개비처럼 김 재 황 부는 게 있어야만 마음먹고 움직이니 우리가 살아감과 어찌 그리 똑같은지 바람을 얻지 못하면 돌아감도 멈춘다. (2017년) 화두에 대하여 김 재 황 한 자리 진득하게 못 머무는 아이처럼 그 맘이 어리니까 덤벙이고 있는 건가, 멀찍이 못 달아나게 묶을 말뚝 박는다. (2017년) 고슴도치 마음 김 재 황 그 몸을 지키는 덴 아주 좋은 가시지만 두 몸이 사귀는 덴 매우 나쁜 바늘이니 끝 쪽에 치우치는 것 버려야 할 일이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16
단시조 3수 한겨울에 핀 꽃 김 재 황 뭐든지 때를 바로 만나야만 좋은 것을, 겨울에 저 나무는 붉은 꽃을 피웠구나, 보는 이 안쓰러움에 더운 눈물 고인다. (2017년) 꽃이라면 김 재 황 어릴 때 꽃이라면 논개 누나 떠오르고 젊을 때 꽃이라면 영이 네가 맞겠지만 나 지금 꽃을 말하면 그분밖에 없어라. (2017년) 꿈과 꽃 김 재 황 혼자서 아늑하게 깊이 숨을 쉬는 거야 빠져서 하염없이 머나먼 길 가는 거야 놀라서 꿈이 깨듯이 꽃마저도 질 거야.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15
단시조 3수 새해 근황 김 재 황 달걀값 오르더니 채소 또한 값이 뛰고 날 밝자 하늘빛이 허리마저 휘게 하네, 따지면 나라 흔들림 그 때문이 아닌가. (2017년) 안 오는 잠 김 재 황 차라리 어둠에서 바느질이 더 쉬울 듯 조그만 소리에도 손과 붓이 막 떨리고 밤새껏 길고 긴 글을 적었다가 지운다. (2017년) 가로등 아래 김 재 황 밤길을 지키는 것 쉽지 않은 일이거늘 저 개가 다가가서 한 뒷다리 올리느니 어둠에 밝힐 일이야 어려운 것 아니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14
단시조 3수 비둘기에 대하여 김 재 황 집으로 오는 것을 반길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왔나 하면 툭툭 쳐서 내쫓는다, 똥 싸고 시끄러우니 그냥 두기 어렵지. (2017년) 달과 친구 김 재 황 산언덕 막 넘어서 밝은 달이 뜬다기에 달마중 가는 밤은 새하얗게 날이 새고 앞이마 넓은 친구도 웃는 달로 나선다. (2017년) 비비추 사랑 김 재 황 오늘은 어느 새가 날아와서 자꾸 우나, 그리움 못 참고서 꽃송이를 빚어 놓나. 조금씩 다가갔다가 발목 잡힌 내 사랑.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