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인

임이여 그 샛별이여 김 재 황 어둠을 쓸어 가며 이 하늘에 떠올라서 아침을 불러 놓고 저 우주로 떠나시는 임이여 그 샛별이여 물든 놀을 봅니다. (2016년) 칼국수를 먹으며 김 재 황 찬 느낌 돌고 나니 따뜻한 것 떠오르고 배고픔 달래는 덴 무럭무럭 김 나는 것 못 잊는 할머니 손맛 후후 불며 찾는다. (2016년) 가을비를 맞으며 김 재 황 느리게 추적추적 발걸음을 떼는 소리 오려면 굵은 줄을 그으면서 내려야지 보내는 그 마음이야 뒷모습을 붙잡네. (2016년)

[북 치고 장구 치며] 편 도자기로 굽는다 김 재 황 그 홀로 소매 걷고 진흙으로 빚은 몸을 더 굳게 구울 건지 불가마가 따로 없네, 꾹 참고 더위 견디면 바다 빛깔 감돌까. (2016년) 너무 힘든 삶 김 재 황 더우면 더운 대로 견디기가 힘이 들고 추우면 추운 대로 참고 살기 어렵구나, 차라리 안 태어난 게 좋았을지 모르지. (2016년) 어버이라는 것 김 재 황 아이를 기르는 것 그건 바로 빚 갚는 일 아주 먼 처음부터 단추 그리 잘못 낀 일 덤까지 얹어서 갚고 그 한 갈잎 되는 일. (2016년)

[북 치고 장구 치며] 병들지 마라 김 재 황 몸과 맘 병드는 게 그래 누구 탓이겠나, 그 하루 잘못 살면 곧 병들게 마련이다, 어쨌든 병들지 마라 네 삶 모두 망치니. (2016년) 맥아더 동상 앞에서 김 재 황 전쟁이 일어나서 이 나라가 위급할 때 위대한 작전으로 이 나라를 구해 냈네, 아무리 세월 흘러도 그 이름을 잊을까. (2016년) 좋은 기다림 김 재 황 남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기 제일 좋다, 시간이 가든 말든 느긋해서 나는 좋다, 마음을 풀어 놓으면 좋은 일도 생긴다. (2016년)

[북 치고 장구 치며] 편 피었다가 지는 삶 김 재 황 철없이 어릴 적엔 꽃봉오리 닮았다가 젊음이 피어나서 벌과 나비 불렀는데 꽃잎도 늙어 버리니 꿈속으로 빠진다. (2016년) 올림픽에 대하여 김 재 황 빠르고 힘센 것을 견주어서 무엇 하나, 다 함께 손을 잡고 즐거움을 나눠야지 메달은 목줄과 같은 굴레인 줄 모르나. (2016년) 한글박물관에서 김 재 황 우리가 이 세계에 자랑하는 바로 이것 날마다 다듬어서 반짝이게 해야 할 것 크나큰 그 한 사명을 문인들이 맡았네. (2016년)

[북 치고 장구 치며] 편 피었다가 지는 삶 김 재 황 철없이 어릴 적엔 꽃봉오리 닮았다가 젊음이 피어나서 벌과 나비 불렀는데 꽃잎도 늙어 버리니 꿈속으로 빠진다. (2016년) 올림픽에 대하여 김 재 황 빠르고 힘센 것을 견주어서 무엇 하나, 다 함께 손을 잡고 즐거움을 나눠야지 메달은 목줄과 같은 굴레인 줄 모르나. (2016년) 한글박물관에서 김 재 황 우리가 이 세계에 자랑하는 바로 이것 날마다 다듬어서 반짝이게 해야 할 것 크나큰 그 한 사명을 문인들이 맡았네. (2016년)

조선소나무 같은 김 재 황 아침이 열리기가 무섭게 아흔을 훌쩍 넘기신 할머니의 장작 패시는 소리가 고요를 깨뜨린다, 잡숫는 것이라야 고작 물만밥에 된장찌개가 전부, 아직도 날마다 산에서 땔나무 한 짐 지고 오신 다음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밥을 지으신다, 이제 좀 쉬시라고 아들딸 며느리 손자 증손자까지 모두 나서서 말리지만, 놀면 무엇 하느냐고 줄곧 손을 놀리신다, 조금은 등이 휘신 모습이 언덕에 우뚝 선 조선소나무 같은 이 나라 아름다운 그 할머니. (2006년)

[북 치고 장구 치며] 편 수표교 위에서 김 재 황 물처럼 좋은 것이 이 세상에 없다지만 퍼붓듯 거센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지면 그 자리 낮은 마을은 물난리가 났었지. (2016년) 사막과 여인 김 재 황 다듬은 살결 언덕 보란 듯이 자랑하지 긴 손길 부드럽게 쓸어 주길 기다리지 밤이면 이슬 머금고 별 이야기 펼치지. (2016년) 골목 쓸기 김 재 황 아침에 일어나서 비를 들고 나간 골목 곳곳을 깨끗하게 쓸고 나서 웃는 노인 보람찬 그 날 하루에 앞가슴이 열린다. (2016년)

『북 치며 나팔 불며』 편 달라지는 말 김 재 황 말로서 선 사람은 말 때문에 쓰러지고 쓴 약이 되었다가 싼 독으로 바뀌는데 연거푸 나오는 말은 말릴 수도 없구나. (2016년) 이런 즐거움 김 재 황 뜨거운 사막에서 가장 크게 찾는 그것 반나절 걸어가서 길어 와야 하는 그것 우리는 꼭지만 틀면 마실 수가 있다네. (2016년) 노숙자의 잠 김 재 황 집 없이 사는 것이 살가워서 좋은 걸까 잡으면 그 자리가 한 평짜리 방인 걸까 접힌 듯 몸을 누이고 이승 저승 떠돈다. (2016년)

꽃필 날 언제 김 재 황 내밀면 밥이 오는 그런 날이 언제 올까, 사느니 하루하루 내 밥값은 시조 한 수 이 땅에 무궁화인 양 피어날 날 언젤까. (2016년) 입추 지나면 김 재 황 시원한 산바람이 지친 잎에 닿을 건가, 동산에 보름달은 둥근 입을 벌릴 건가, 옷섶을 여미는 강에 고향 꿈이 안길까. (2016년) 걷고 싶은 길 김 재 황 어딘지 하염없이 걷고 싶을 때가 있고 어쩐지 아늑하게 마음 끄는 길이 있다, 길이란 스스로 그리 마땅해야 하는 법. (2016년)

돈이란 것 김 재 황 돈이란 벌기보다 잘 쓰기가 쉽지 않지, 많은 돈 지녔어도 잘못 쓰면 올가미지, 어쩌지 그 돈 때문에 목숨까지 잃으면. (2016년) 내가 나에게 김 재 황 얼마나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네, 어떻게 사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열리는 하루하루를 보람 있게 살게나. (2016년) 저마다 저답게 김 재 황 선생은 선생답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군인은 군인답게 나라만을 지켜야지 여자도 여자다워야 사랑받게 된다네.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