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 30편) 17. 손 씻은 하늘 손 씻은 하늘 김 재 황 바위의 움푹 팬 자리에 빗물이 고여 있고, 늙은 소나무가 고달픈 그림자를 뻗어서 그 물에 손을 씻는다. 세상을 안은 눈빛이 잔잔하다. 내 호기심이 소나무께로 다가가서 그 그림자의 손을 잡아당기자, 산의 뿌리까지 힘없이 딸려 올라오고 빈 하늘만 몸을 떤다. 시 2009.06.05
(다시 시 30편) 11. 먼 곳을 바라보며 먼 곳을 바라보며 김 재 황 길이 너무 머니, 먼 곳을 바라보며 외롭게 모두 걸음을 옮긴다. 달빛을 벗 삼아 밤에만 떠나는 길 긴 그림자가 내 뒤를 따르고, 조심스레 고요만 밟고 가는데 누웠던 들꽃들이 하얗게 잠을 깬다. 우리는 너무 힘든 길을 걷고 있다. 그것도 넓은 들길이 아니라 좁고 험한 산길.. 시 2009.05.28
(자선시조 30편) 26. 백송을 바라보며 백송을 바라보며 김 재 황 대세를 거슬러서 자각의 침 치켜들고 저물어 가는 세상 탄식하며 깨운 세월 이 시대 앓는 숨소리, 그대 만나 듣습니다. 켜켜이 떨어지는 일상의 편린을 모아 저승꽃 피워 내듯 몸 사르며 걸어온 길 그대가 남긴 발자취, 내가 지금 따릅니다. 뒤꼍의 외진 자리 이제 다시 찾아.. 시조 2008.11.23
(자선시조 30편) 17. 이름에 대하여 이름에 대하여 김 재 황 얼마큼 안고 살아야 나와 한 몸을 이룰지 대문 밖에 내걸어도 낯이 설게 느껴지고 밤마다 날 찾는 소리, 꿈결처럼 들려온다. 목숨보다 중하다고 늘 말하며 살았으나 바람 앞에 섰을 때는 너무 초라한 내 깃발 두 어깨 축 늘어뜨린 그림자를 끌고 간다. 한 걸음씩 조심스레 착한 .. 시조 2008.11.13
(자선시 30편) 28. 꿈꾸는 길 꿈꾸는 길 김 재 황 착하게 그림자를 접으면 품에 안긴 것처럼 편안하다. 나무는 달빛 아래에서 달팽이와 나란히 잠든다. 바람 소리를 베개 삼아 서서도 눕고 누워서도 서며 저절로 흐르는 길을 꿈꾼다. 세상에서 가장 적막한 밤에 큰 너그러움의 나라에 닿는다. 시 2008.10.23
깨끗함을 위하여 맑은 거리 김 재 황 밤 사이에 또 그 그림자가 흘러갔나 잠 깊은 빈 거리에 어제 꼭 그때쯤 절뚝이는 그림자 하나 여기 저기 처참하게 널려 있는, 우리에게 버림당한 삶의 쓰레기들을 그저 말없이 끌어안으며 한 줄기 강물처럼 마음으로 흘러갔나 아침이 되자 밖으로 나선 사람들이 맑게 닦인 거리를 .. 빛을 향하여 2006.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