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 30편) 22. 소나기 연가 소나기 연가 김 재 황 마당에 대나무 숲이 일어선다. 빈 가지마다 옛 이야기는 젖어들고 그리운 얼굴들이 죽순처럼 돋아난다. 번쩍번쩍 치는 번개를 따라 우르르 쾅쾅 우는 천둥소리에 어둠 속에 갇혔던 댓잎들이 풀려난다. 까닭 없이 맹꽁이는 왜 그리 울고 보릿고개는 어찌 그리 구불거렸던지 장끼 .. 시 2009.06.12
(자선시조 30편) 23. 콩제비꽃 그 숨결이 콩제비꽃 그 숨결이 김 재 황 (1) 어디서 날아왔는지 작디작은 씨앗 하나 마당가 분(盆)에 내려서 작은 부리 내밀더니 여름내 깃을 다듬어 그 숨결이 뜨거웠다. (2) 가을도 기울었는데 엷디엷은 푸른 줄기 차마 그냥 둘 수 없어 방(房)안으로 옮겼더니 겨우내 빈 날갯짓에 내 귓전만 차가웠다. 시조 2008.11.20
(자선시조 30편) 7. 큰 걸음을 내딛는다 큰 걸음을 내딛는다 김 재 황 긴 다리 넓게 편다, 미끄러운 수면 위에 어찌나 잔잔한지 맑게 비치는 하늘 길 조그만 소금쟁이가 큰 걸음을 내딛는다. 둥근 잎 띄워 놓고 연꽃 웃는 한여름에 소나기 다녀가고 바람도 떠난 물 마당 도저히 내가 못 따를 기적의 춤 내보인다. 시조 2008.11.01
(자선시 30편) 30. 가마솥을 보면 가마솥을 보면 김 재 황 어느 부엌에 걸려 있는 너를 보면 그 집의 후한 인심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그 크고 우묵한 가슴으로 얼마나 많은 이의 배고픔을 달래 왔을까. 네가 마당 한쪽에 내어 걸리니 그 하루는 즐거운 잔칫날, 온 동네 사람들이 배를 두드릴 수 있다. 너를 위해 마른 장작을 지피고.. 시 2008.10.25
(자선시 30편) 24. 소나기 목욕 소나기 목욕 김 재 황 세찬 빗발 속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를 보고 있자니 어릴 적에 버짐 핀 얼굴로 ‘소나기 목욕’을 하던 일이 떠오르네. 벌거벗고 마당 한가운데로 나가 그저 서 있기만 하면 소나기가 알아서 몸을 다 씻겨 주었지 우리는 간지러움에 낄낄거렸네. 저 플라타너스도 그때 그 재미 알.. 시 2008.10.19
축령산 아래에서 축령산 아래에서 김 재 황 고요가 흘러내린 추위 속의 산골짜기 아직 어린 잣나무도 깊은 꿈이 새파란데 내 마음 머무는 둥지, 구름 위를 엿본다. 길 닿은 모퉁이에 가슴만큼 열린 마당 숨결 더운 공놀이로 그 이마는 땀이 배고 한 발짝 나앉은 까치, 하늘 보며 짖는다. 어둠이 찾아들면 도란도란 돋는 .. 기행시조 200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