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머리에
옛날, 인도 사람들은 싯다르타를 가리켜서 ‘착한 사람’ 또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불렀답니다. 대체 그렇게 부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인도말로 ‘카루나’(karunā)라고 하면, 한역으로 ‘비’(悲)에 해당되겠지요. 이는, ‘슬퍼하다’ 또는 ‘마음 아파하다’의 뜻을 지닙니다. 우리가 ‘나의 것’이라고 하는 ‘아집’(我執)을 떠나면 자연히 ‘이기심’(利己心)이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 다른 사람과 마음이 통하게 됩니다. 그 때에 여러 성품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 중에 가장 순수한 마음을 ‘카루나’라고 한답니다. 다시 말해서 이 ‘카루나’는 ‘괴로움을 없애 주려는 마음’입니다.
나는 이를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풀이합니다. 이는 바로 ‘불쌍히 여겨서 언짢아하는 마음’을 가리키지요. 이 마음이야말로 ‘베풀음’의 길에 이르게 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베풀음’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놀랍게도, 싯다르타는 깨달음을 얻고 나서 45년 동안이나 그러한 ‘베풀음’을 끊임없이 실천했습니다. 그는 맑고 밝은 마음으로 늘 주위의 벗들을 존중하여 말 한 마디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이 그토록 그를 좋아했겠지요. 따라서 그의 주위에는 늘 여러 사람들이 모여들었을 테지요.
나는 싯다르타를 때가 묻지 않은 ‘숫시인’으로 생각합니다. 만인의 ‘벗’으로 여깁니다. 그 마음이 너무나 아름답고 향기로워서 온 세상이 그를 향해 밝은 미소를 보냅니다. 그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만, 너무나 그 마음이 깨끗하기에 그를 마음으로 그리기만 해도 금방 눈이 부십니다. 그는, 우리 위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옆에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그와 함께 나란히 맑고 밝게 열린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2008년 가을에
낙성대에서
김 재 황
《차례》
책 머리에 ― 4
1. 모든 목숨을 불쌍히 여기다 ― 9
2. 길가의 숲에서 태어나다 ― 19
3. 마음의 푸른 물결이 흐르다 ― 29
4. 누구나 늙고 병들며 죽는다 ― 39
5. 궁을 버리고 숲으로 들어가다 ― 49
6. 두 사람의 스승을 찾아가다 ― 59
7. 몸을 괴롭히며 맑은 마음을 구하다 ― 71
8. 고행을 그만두고 우유죽울 먹다 ― 85
9. 깨달음을 얻고 숫시인이 되다 ― 94
10. 나무 아래에서 즐거움을 누리다 ― 108
11. 다섯 사람에게 처음 깨달음을 전하다 ― 120
12. 세상을 사는 일이 모두 괴롭다 ― 131
13. 모든 게 활활 타오르고 있다 ― 142
14. 대나무 숲에서 바람소리를 듣다 ― 154
15. 훌륭한 두 벗이 숲으로 찾아오다 ― 164
16. 스승의 누더기 옷을 물려받다 ― 178
17. 현악기의 줄을 고르듯이 수행하라 ― 190
18. 가장 큰 모임 터가 생기다 ― 200
19. 착한 사람에게서는 향기가 난다 ― 212
20. 거짓말하는 자는 어둠 속으로 떨어진다 ― 227
21. 꽃들이 피어나서 아름다움을 더한다 ― 239
22. 남을 죽이거나 죽게 해서는 안 된다 ― 254
23. 오랜 가뭄에 단비를 내리게 하다 ― 268
24. 강물은 흘러가서 바다를 이룬다 ― 281
25. 오래간만에 고향을 방문하다 ― 294
26. 샤카 족의 젊은이들이 출가하다 ― 312
27. 여인들이 ‘싯따모’로 들어오다 ― 330
28. 높은 언덕으로 세찬 바람이 불다 ― 347
29. 바다는 모든 물결을 껴안는다 ― 362
30. 마지막 힘든 여행을 떠나다 ―380
싯다르타의 일생 ― 400
필자 김재황 연보 ― 406
책 꼬리에 ―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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