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머리에
1
그 동안 聖人들의 삶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더 알아보려고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로, 이미 ‘숫시인 싯다르타’를 산문집으로 펴냈고, 또 한 산문집 ‘신쿠러 콩쯔’(辛苦了 孔子)의 원고를 탈고하였다.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깨끗하게 또 뜨겁게 살고 떠난, 그 아름다운 삶의 모습들을 사랑한다. 이제 나는, 눈을 감으면 환하게 웃고 있는 그들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게 바로 내 눈에는 모두 꽃이다. 외로운 밤이면 그 향기가 더욱 나를 감미롭게 이끈다. 그들과 함께 있는 한, 나는 절대로 외롭지 않다.
2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목숨들이 무엇보다 아름답다. 작은 목숨일수록 그 순수함이 별처럼 반짝거린다. 어쩌면 안타까움 때문에 더 그러할 터이지만, 그 작은 얼굴들이 나에게 눈부심을 안겨 준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잠자리며, 냇물 속에서 멋진 춤을 내보이는 민물고기며, 숲속을 신나게 휘젓고 다니는 개미며, 심지어는 땅속을 기어 다니는 지렁이까지, 그 한 마리 한 마리가 성스럽기 이를 데 없다.
내 가슴을 맑게 비우고 내 눈길을 낮은 자리로 향하면, 그들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니, 그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음악이 흐른다. 그들이 가는 곳으로 항상 음악이 따라다닌다. 풀과 나무가 그들과 함께 그 음악 속으로 깊게 빠진다.
그들은 결코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땀 흘리며 열심히 살 뿐이다. 그러니 무슨 근심이 있겠는가. 해가 밝으면 기쁨으로 그 날을 노래하고, 해가 저물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날을 곱게 접는다. 내일을 걱정하지 않으려면 그들의 삶을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잘못 때문에 여러 목숨들이 이 땅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 중에 하나가 우리나라 특산민물고기인 ‘서호납줄갱이’이다. 이 물고기는 수원 서호에 살았다. 1913년, 이 서호납줄갱이는 조던 박사와 메츠 박사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35년 당시, 일본 사람들이 관리하던 권업모범시험장 측에서 서호를 개수한답시고 그 둑을 허물어서 물을 모두 빼 버렸단다. 그 후로 서호납줄갱이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어찌 이 물고기뿐이겠는가. 앞으로 우리가 자연을 우리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더욱 많은 목숨들이 이 땅을 떠나 버리고 말게 된다. 정말이지, 세계 곳곳에서 많은 목숨들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발 벗고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3
나의 신앙은 시조이다. 나는 시조를 지팡이 삼아서 힘든 삶의 길을 힘차게 걸어가고 있다. 물론, 지팡이와 마찬 가지로 신앙은 삶의 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내가 아무리 시조를 내세운다고 하여도 시조가 내 삶의 목표는 될 수 없다. 그렇다. 시조는 내가 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한 ‘話頭’이다.
이제 나는, 멋진 시조를 갈망하지 않는다. 다만, 참된 시조를 붙들게 됨으로써 깨끗한 삶의 길을 걸어가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비틀거리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 주지 않기 위하여 오늘도 이 밤을 밝히고 있다.
하기는, 말 한 마디나 몸짓 하나를 모두 시조(詩)에 어긋나지 않게 나타내는 일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는, 저절로 그리 되어야 한다. 이게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단언하건대, 시인이 되기는 쉬워도 시인으로 살아가기는 어렵다.
2009년 낙성대에서 김 재 황
《차례》
책 머리에 ⅱ
제1부 새벽에 홀로 깨어
이슬을 보며 17
또다시 봄이 와도 18
내 믿음은 중심뿐 19
새벽안개 속에서 20
새벽에 홀로 깨어 21
사막을 걸으며 22
먼 바다를 그리며 23
산불을 보며 24
부채 부치다 25
얼음의 소리 26
목 견 27
그대여, 녹차 한 잔 28
내 마음의 등대 29
활화산의 노래 31
제2부 백자를 앞에 두고
태극기를 보며 33
이를 앓다 34
손톱을 깎으며 35
홍 수 36
탈출 시도 37
백자를 앞에 두고 38
탈 의 39
소 금 40
촉 고 41
진 주 42
터 득 43
사금파리 44
실버를 생각하며 45
어른에 대하여 46
아, 숭례문 47
제3부 아이스 댄싱
우리 함께 래프팅을 51
고 개 52
그녀의 퍼포먼스 53
습 진 54
아이스 댄싱 53
캠프파이어 55
정 체 56
탈 퇴 57
번지 점프 58
상 황 59
신용 카드 60
딸과 아빠 61
아버지 생각 62
김장할 때 되었으니 63
제4부 눈물에 대하여
일 박 67
간이역 68
그게 바로 설움 69
눈물에 대하여 70
도 반 71
부 력 72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73
징검다리 74
대방진의 아침 75
팔공산 석굴암 76
금동반가사유상 77
늘 참선하다 78
선풍기를 보며 79
고층 아파트 80
제5부 망주봉 오르다
선유도 가다 83
강변에서 족구하다 84
선유 약수터에서 85
벌초를 가서 86
무녀도에서 87
소리울에서 88
동학사에서 89
축령산 아래에서 90
밤눈 맞다 91
12월의 곤지암 92
망주봉 오르다 93
호수 공원에서 94
영랑호에서 95
백두산 천지 96
두만강 물길 97
제6부 오늘은 눈꽃 피다
감기 오다 101
우표에 담긴 소리 102
그 도시락 103
꾸꾸꾸 그 소리 104
모기에 대한 견해 105
관음죽 106
새 107
외로운 바퀴벌레 108
솔나리 그 날갯짓 109
거리로 나온 나비 110
오늘은 눈꽃 피다 112
나뭇잎 하나 113
기쁘게 사는 나무 114
호접란 115
제7부 가을 노래
이 가을에 117
다시 이승에 118
근 황 119
유선형 고향 120
겨울 산행 121
솔숲의 저녁 122
가을 노래 123
밤 이미지 124
추어를 기리며 125
관악산 사계 126
시끄러운 나라 127
서울아리랑 128
책을 읽자 129
부록 해외여행을 가서
배를 타고 바라보니 133
화련국립공원에서 134
강과 함께 흐르는 풍경 135
연보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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