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 소개

김 재 황, 가지런한 시조집 '서다'

시조시인 2018. 9. 19. 22:59










가지런한 시조집


   

김 재 황

그늘나무





가지런한 시조집
서다

2018년 8월  일 인쇄
2018년 8월  일 발행
  저자∥김재황
발행인∥윤성호

   발행처∥그늘나무





책머리에



아마도 공자께서 시조에 대하여 아시게 되셨다면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作不正 不讀(작부정 불독).” 이는, “반듯하게 짓지 않았으면 읽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이 말씀을 듣는다면 어찌 등에 식은땀이 나지 않겠는가.
어릴 적에 놀던 생각이 난다. 그 당시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 장난감도 변변치 못하여서 제기차기나 자치기나 구슬치기 등을 하고 놀았다. 그러나 놀이라면 무엇보다도 팽이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사촌형이 낫으로 깎아서 만들어준 팽이를 얼음판에서 돌리며 놀던 때를 결코 잊을 수 없다. 팽이를 돌릴 때에는 요령이 필요하다. 비틀거리는 팽이를 채로 열심히 때려서 일단 일으켜 세우면 그 다음부터는 별로 힘이 안 든다. 채가 착착 감기게 때리면 때릴수록 팽이는 더욱 신나게 돌아가는데, 어느 순간에 움직이지 않는 듯이 선다. 이때에는 이 세상마저 모두 멎고 고요함이 감돈다. 이를 가리켜서 우리는 ‘팽이가 섰다’라고 일컬었다. 팽이가 ‘서는 순간’의 그 아름다움을 우리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나는 오랫동안 시조를 창작해 오면서 팽이처럼 시조도 설 수 있겠다고 생각해 왔다. 시조도 채로 치듯 갈고 닦으면 어느 순간에 팽이처럼 설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왔다. 아직은 내 역량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노력 또한 부족하기에 ‘서는 시조’를 제대로 얻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될 앞날을 바라보며 걸어간다는 뜻에서 이 시조의 제목을 ‘서다’라고 정했다.  정확히는 ‘바로 서다’인데 ‘바로’를 생략하였다.
어차피 시조는 정형시이기에 바른 정형을 내보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내 생각일 뿐이고, 다른 사람도 이렇게 써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는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시’라는 것은, 반드시 이렇게 써야 한다는 법도 없고, 반드시 이렇게 쓰지 말아야 한다는 법도 없다.
시조는 3장 6구 12음보(소절)로 되어 있다. 그 짜임이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와룡선생(臥龍先生)의 ‘팔진도(八陣圖)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아무것도 없이 다만 강변에 팔구십 돌무더기가 있을 뿐인데, 적장 육손이 들어섰다가 나오려고 할 때 돌연 일진광풍이 일어나더니 삽시간에 모래가 날고 돌이 구르면서 하늘땅이 캄캄해졌다. 그는 놀라서 어쩔 줄 모르다가 공명의 장인 ’황승언‘의 도움을 받아서 목숨을 간신히 보전하였다고 전한다. 나중에 그 지방 사람의 말에 따르면 그 내막이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이곳은 어복포(魚腹浦)라는 곳인데 제갈공명이 서천(西川)으로 군사를 거느리고 이곳에 와서 돌을 쌓음으로써 진(陣)을 친 곳이올시다. 그 후부터 항상 이상한 기운이 구름 피어오르듯 돌무더기 속에서 일어납니다.”
이렇듯 하찮은 돌무더기 몇 개도 그와 같이 큰 조화를 부리는데, 하물며 시조의 3장 6구 12 음보야말로 얼마나 오묘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는가. 물론, 시조의 초장에는 ‘흐름’(流)이 있고 중장에는 굽이(曲)가 있으며 종장의 처음 음보에는 ‘마디’(節)가 있고, 종장의 끝 음보에는 ‘풀림’(解)이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는 그 외에 대하여 아는 바가 별로 없다. 다만, 여기 실린 작품들의 각 음보에 대한 음양 관계(陰陽關係)를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초장의 각 음보는 ‘양, 음, 음, 음’으로 되어 있다. 즉, ‘음’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리고 중장 또한 각 음보가 ‘양, 음, 음, 음’이다. 초장과 같다. 알다시피 시조는 종장의 무게가 초장과 중장을 합친 것과 같다. 그런데 종장의 각 음보는 ‘양, 양, 음, 양’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종장 전체는 양음’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일대 반전이고 큰 변화이다. 일진광풍이 일고 모래가 날리는 것 같다. 이로써 시조는 평형을 유지하며 반듯하게 서게 된다. 우리는 이를 무시하지 않는다. 태극기를 보면 분명해진다.
무엇이든지 구태의연해서는 안 된다. 그 시대에 맞게 변모하여야 한다. 단언컨대 앞으로는 풀어헤치는 시대가 아니라 더욱 조이는 시대가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낙성대 산방에서
                                                                                                                          녹시 김 재 황



∥차례∥



 
제1부 안국사 앞에서


 23•맨발로 그분에게
     깊은 밤에 탑돌이
     보고 걷지만
 24•인헌시장을 오가며
     살려고 먹기를
     큰 쥐를 보고
 25•비둘기에게
     잘생긴 장끼
     우기는 너
 26•겨울 비 느낌
     안국사 앞에서,
     달맞이하니
 27•감사하는 마음
     사랑은 감옥?
     이 주전자에
 28•낡은 것과 늙은 것
     미소에 답하다
     추위 보내다
 29•뒷목이 땅기다
     바위 숲
     연어가 되어
 30•술 생각
     우렁이 노래
     죽음은 산뜻하다
 31•무인도라면
     할배가 되고 나서
     한강에 눈물 쏟다
 32•만사 제친 만남
     맹그로브 숲의 게 
        돋보기 꺼내지 마


제2부 펭귄의 노래


 35•금에 대하여
     알몸에 대하여
     거울을 보며
 36•가슴에 벌써 봄이
     속을 차려야
     혀의 탐욕
 37•시조 하나만
     태극기에 대하여
     함박웃음
 38•펭귄의 노래
     거리는 벌써 봄
     깨끗한 시
 39•느닷없이 틀림없이
     속절없는 꿈
     남극을 그리며
 40•파블로 네루다
     수행하다
     노래하는 봄
 41•바가지 깨다
     설레는 봄
     물까지 사 먹다니
 42•쥐가 나다
     들에 핀 꽃처럼
     바보 중국
 43•남산 오르다
     장충공원에서
     영춘화 피다
 44•자전거 타기
     빛나면 숨어라
     꽃마리 앞에서


제3부 달팽이의 길


 47•그리운 물레방아
     피라미 앞에서
     그 잘못으로
 48•매화 피다
     반송을 보며
     세월호 건지다
 49•벚꽃 소식
     봄비 오다
     수건에 대하여
 50•들꽃의 노래
     다 늙어 막무가내가
     달팽이의 길
 51•안 늙는 그거
     변덕스런 날씨
     파주출판도시에서
 52•참다운 문인으로
     현관 앞에 놓인 구두
     개와 함께 가는 여자
 53•백목련 그 얼굴
     보라매공원 방문
     운동장 세 바퀴
 54•자목련이 하는 말
     수평선을 보며
     버드나무 신록
 55•세월호 드러나다
     봄은 왔어도
     이 밤에 갯벌을
 56•아, 핏빛 노을
     별목련 앞에서
     뺨이 붉은 진달래


제4부 살기 힘든 세상


 59•벚꽃 길을 걸으며
     목욕탕에서
     행주산성 오르며
 60•행주산성 올라서
     조팝나무 가까이
     살기 힘든 세상
 61•위태로운 나라
     국수마을에서
     늙으면 서울에서
 62•하루에 세 번
     공원에 개구리 울다
     꽃잎보다 미소
 63•꿀벌 봤니?
     귀 가렵다
     방충망을 치며
 64•휘파람새에 대하여
     짝짝이 신발
     삼십년 지기
 65•바람과 깃발
     꼬마들과 나들이
     호수 앞에서
 66•배롱나무 삶
     어느 스님
     만나면 절하다
 67•겹벚꽃을 보며
     이가 시리다
     길과 삶
 68•다치면 안 되겠기에
     대선 당일에
     비는 내리고


제5부 벗들과 술 한 잔


 71•만남의 광장에서
     마스크 쓰다
     비 오는 날에
 72•어느 동자승
     뭐든지 고장이면
     늦잠을 자다
 73•벗들과 술 한 잔
     걸어가는 삶
     두더지에 대하여
 74•도둑고양이의 눈
     조금 큰 모자
     서울 숲 나들이
 75•서울숲 찔레꽃
     개구리에 대하여
     이상해진 세상
 76•하루에 한 번씩은
     아메리카노
     바퀴벌레의 말
 77•가장이라는 이름
     버찌가 꺼낸 마음
     담배 유감
 78•무슨 헛소리
     공에 대하여
     연배는 비슷해도
 79•별난 내 입맛
     무서운 산불
     감질나게 오는 비
 80•오늘도 돋보기를
     걷는 사람
     밥의 힘으로


제6부 꽃을 보는 그대를


 83•늙은이 가는 길
     게을러서
     바쁜 이 시대
 84•꽃을 보듯 그대를
     흐린 아침
     아침 커피
 85•적과 1
     적과 2
     파주출판도시 방문
 86•서우 오다
     임진강을 보며
     청문
 87•개화 1
     개화 2
     점심밥
 88•산 마음
     발자국
     연꽃 산
 89•서러움
     벗과 산길로
     옆에 눕다
 90•눈 머문 산
     여름 소나기
     산과 함께
 91•슬픈 반달
     산이 지닌 힘
     산꽃 노루귀
 92•쇠뜨기
     깊은 산
     낙타처럼


제7부 해바라기 앞에서


 95•이른 아침 우는 새
     열대야 안에서
     꽁치구이
 96•부탄의 얼굴
     부탄의 깃발
     쥐가오리
 97•꽃 같은 삶
     해바라기 앞에서
     태풍 오다
 98•다이어트에 대하여
     수국의 표정
     못 참겠네, 무더위
 99•한여름에
     커피를 즐기다
     우산 지니다
100•장마철에 화담 숲을
     우중 화담 숲
     곤지암역에서
101•어릴 적 깻잎 냄새
     추어탕을 먹으며
     버들붕어 감상
102•황쏘가리
     나그네 노래
     둥글부채
103•선풍기 앞에서
     골프 공 날다
     개미를 보며
104•사초처럼
     묵은 별빛
     수레 끌다


제8부 수양버들 앞에서


107•산사 호박꽃
     벽에서 매미 울다
     거울을 보다
108•복숭아 먹다
     이 시리다
     물수제비뜨고 싶다
109•꿀벌을 보며
     벽을 감싼 능소화
     수양버들 앞에서
110•오늘은 입추
     새벽에 소나기
     달콤한 새벽잠
111•달걀 파동
     미술관에서
     코뿔소를 보며
112•거미 앞에서
     가로수 낙엽
     손녀와 나들이
113•포석정 유감
     불청객 비둘기
     비상시국
114•가을 비
     연밥을 보며
     보라매공원 탐방
115•고추 유감
     개는 개답게
     벼루
116•신발 두 짝
     지렁이 예찬
     추석 무게


제9부 참새 떼를 보며


119•종이학을 접으며
     작은 모임
     생쥐 한 마리
120•눈시울 젖다
     단감을 손에 들고
     낙상홍, 그 눈빛
121•가을 플라타너스
     무소식이 희소식
     선유도 선유정에서
122•내복 입다
     눈이 내리다
     적장산 단풍
123•김장할 때
     부부의 삶
     입동 지난 서래섬
124•포항 흔들리다
     참새 떼를 보며
     꿈에도 연리지
125•나뭇잎 떨어질 때
     여행 가다
     늙은 나에게
126•남기고 간 말
     해국과 벌
     등불 같은 까치밥
127•추위 오다
     털모자 쓰다
     눈길 걸어가다
128•그림자 앞에서
     가시를 보며
     정유년도 저물고


제10부 떨어진 잎을 보며


131•학처럼 살자
     한겨울 날에
     반구정 아니라도
132•이상 난동
     책을 펴내고
     떨어진 잎을 보며
133•잘 사는 길
     늙은 부부
     오늘은 눈
134•이를 닦으며
     그때 그 생각
     겨울 가로수
135•노숙 고양이
     비둘기를 보며
     반달 송편
136•노년의 길
     군밤 장수
     홍매화 피다
137•평창 올림픽 종료
     봄바람 불다
     봄비 내리다
138•옛 꽃 안 피는 봄
     남산 비둘기
     산수유 봄맞이
139•누구나 늙을수록
     선정릉 숲길 걸으며
     그 떡 그 느낌
140•산불 이미지
     벚꽃 만개
     깽깽이풀 만나다


제11부 비행기 떴다


143•그런 봄날
     저 봄바람
     꽃과 바람
144•태극기 앞에
     새벽 기도
     마음 하나
145•새봄 하늘공원
     비행기 떴다
     마른 모감주나무
146•나무 붓
     하늘공원에서 보다
     그 발길
147•자목련 마음
     목마른 삶
     공원밖에
148•밤부터 비
     가로등 앞에서
     연잎 열리다
149•꽃등 달다
     말하지 않아도
     자작나무 가슴
150•새의 노래
     길을 가다
     믿음 하나로
151•내 믿음
     가을 억새
     빛을 향하여
152•오동나무 좋은 뜻은
     고마운 입맛
     때가 아니야


제12부 만나러 갔더니


155•나라를 생각하며
     내가 나에게 2
     하늘 맑다
156•그 새를 찾아서
     외로운 지금
     가을 앞에서
157•시조 짓기
     덜꿩나무는
     만나러 갔더니
158•참지 못하면
     칠엽수를 보며
     발을 보며
159•정자에서
     언제나 말조심
     이른 더위
160•길 잃은 참새
     어려운 사랑
     서울에 사는 까닭
161•침묵에 대하여
     저마다 특기
     통일에 대하여
162•방울토마토
     깨어나면
     현충일 아침에
163•오디와 직박구리
     약에 대하여
     잘사는 법
164•길들인 버릇
     팥배나무 불빛
     그리운 얼굴


165•스스로 되짚어 본, 내 삶과 문학의 발자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