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인

달맞이꽃을 보며 김 재 황 한밤에 혼자 몰래 달을 안는 그 까닭은 달처럼 고운 아기 얻으려는 마음인가 엄마 눈 쳐다보는 듯 방글방글 웃음 꽃.

용담을 보며 김 재 황 실패는 뭐라고 하지? 그래, 성공의 어머니 쓴맛을 보고 난 후에 단맛도 알게 되느니 네 꽃잎 푸른 빛깔에 내 입술이 시려 온다.

고들빼기를 보며 김 재 황 지금도 할머니는 하늘에서 일하실까 빈터라면 무엇이든 늘상 심고 계셨는데 구름밭 일구시다가 저 꽃 보며 쉬실까.

여뀌를 보며 김 재 황 이름이 곱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네 모습 보게 되면 무작정 정이 가는데 뿌리에 독이 있다니 참 무섭지 않은가.

포천구절초를 보며 김 재 황 공무원 첫 발령지가 바로 포천이었는데 참한 그곳 소녀들이 생활 개선에 나섰네 꽃잎을 살짝 얹어서 차려 놓은 먹거리여.

참취를 보며 김 재 황 우리의 먹거리로 진짜배기 나물이여 여인들의 손끝에서 진한 풀내 풍길 때면 바구니 철철 넘치게 신바람도 났으리.

미국쑥부쟁이를 보며 김 재 황 많이 닮기는 했는데 크기가 아주 작으니 아무리 그래 보았자 우리 토종은 아니다 하기야 귀화식물도 버릴 수는 없는 일.

갈대를 바라보며 김 재 황 서걱서걱 소리 내니 마음까지 가볍다고? 연못가에 모여 서서 가슴 비운 오후 한때 수천 길 빠져든 명상 흔들리지 않는다.

수크령을 보며 김 재 황 얼마나 귀여운가, 나를 반기는 이 모습 짜증나는 이 여름에 착한 마음 보이나니 누구든 너를 만나면 절로 미소 지으리.

부들에게 하는 말 김 재 황 지금이야 자랑스레 네 모습을 세우지만 그 대원군 그 시절에 네 생김새 보았다면 양놈 것 닮았다 하여 목이 댕겅 잘렸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