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인

금꿩의다리 그 불빛 김 재 황 더위가 한창인 여름 그것도 환한 대낮에 송이송이 불을 켜고 모여 노는 꽃이라니, 화려한 그 잔칫집에 시조 한 수 보낸다.

메꽃을 보며 김 재 황 손나팔 불며 놀던 어렸을 적 그 시절에 개구리며 방아깨비 따라 놀던 그 당시에 아느냐, 허기진 배를 달래 주던 이 뿌리.

더덕 꽃을 보며 김 재 황 어디선가 날 보자는 그 냄새를 따라가면 큰 종소리 머금은 채 흔들리는 보라 얼굴 가을이 멀지 않음을 너를 보고 알겠다.

무릇을 보며 김 재 황 무럭무럭 자라나서 어느새 꽃을 피우니 살아 있는 이 목숨이 경이로울 뿐이거늘 모두들 성실하여라, 빈둥거릴 새가 없다.

도라지 꽃을 보며 김 재 황 깊숙한 산골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게다가 입술 파란 한 여인을 만난다면 아마도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더 클걸.

금꿩의다리를 보며 김 재 황 겅중겅중 뛰어가는 그 다리가 마냥 긴데 이 여름이 빠르기에 서두르는 걸음인가 저만큼 더위 고개가 두 눈 앞을 가린다.

수수핕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깊은 밤에 듣던 할머니 이야기가 생각나네.

참나리 군단- 하나 둘 셋 넷 발을 맞추어서 행진하고 있다. 귀를 기울여 보라! 행진의 나팔 소리 들리는가?

미모사를 보며 김 재 황 무슨 일 있었는지 너무 잘 놀라는 풀아 살짜기 손민 대도 금방 움츠리는 풀아 이 세상 어찌 살려고 마음 그리 닫았니?

물레나물을 보며 김 재 황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위가 극성인데 흐르는 물 가득 안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먼 시골 그 물레방아 젖은 소리 듣는다.